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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앞에선 규제 없애고 뒤에선 더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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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앞에선 규제 없애고 뒤에선 더 만들고

입력
2007.08.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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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부는 규제의 혁파를 약속하고 요란한 대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정권이 끝나고 보면 규제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나는 일이 반복된다.

참여정부도 2004년 8월 총리실 산하에 규제개혁기획단을 설치해 야심차게 규제 완화를 추진해 왔으나 결과적으로 규제 총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감사원이 그제 발표한 '경제규제 개선 실태' 결과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벌어지는 숨은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우선 최근 3년간 폐지ㆍ완화된 규제(468건)보다 신설ㆍ강화된 규제(1,102건)가 2.3 배나 많았으니 규제가 줄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없어지는 규제의 숫자만 세고 있을 뿐 그 이면에서 새로 생기는 규제는 방치하는 제도 상 허점 탓이다. 또한 규제 신설을 억제해야 하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기능이 유명무실하다는 증거이다.

감사 결과에서도 법률 제ㆍ개정으로 3년 반 동안 357개 규제가 새로 생겼지만 이 중 171개는 등록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위원회 심사에서 존속기한이 설정된 사례도 거의 없다.

기존 규제를 없애는 작업도 실적 부풀리기, 생색내기로 오염돼 있다. 규제개혁기획단은 1,309개 세부이행과제를 선정해 790개 과제를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세부이행과제의 거의 절반은 단순 점검 활동이나 재정지원에 불과했다. 개선했다는 790건도 실제 완료된 사례는 280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뻥튀기한 것이다.

총리실에 기획단까지 설치해가며 추진한 규제 완화의 실상이 이 정도로 부실한 것이라니 충격적이다. 핵심 규제나 덩어리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겠다던 공언이 무색하다.

민간의 창의와 자발성을 막는 규제를 없애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세계 각국이 앞 다퉈 규제 완화 경쟁을 벌이는 추세에서 우리만 역행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날로 비대해지는 정부 조직, 과도한 시장 개입 관행과 공무원의 군림하는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규제 개혁은 이렇게 공염불의 쳇바퀴만 돌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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