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ㆍ김지나씨 석방으로 탈레반 무장단체와의 인질 석방협상에 탄력이 붙은 가운데 향후 우리 정부의 협상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기존의 협상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탈레반 측의 상황악화 움직임을 방지하는 데 주력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그간 ▦성의 있는 교섭자세 ▦수용 가능ㆍ불가능한 요구의 경계와 이에 대한 우리측의 명확한 입장 제시 ▦이슬람권 등 아프간 국내외적 여론 조성 등 3가지 방향에서 탈레반 측과의 인질 석방협상을 이끌어왔다.
탈레반 측이 납치 초기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 와중에 인질 2명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것과 달리 우리 측과의 협상에서 별다른 상황악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우리측 협상전략이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탈레반 측이 아픈 여성인질 2명을 석방한 배경에는 여성 억류에 대한 아프간 내외의 부정적 여론에다 우리측과의 직접접촉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측으로서도 공개 대면협상은 국내외 선전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인질 협상 때 중요한 선례가 되는 성과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에서 테러조직으로 낙인 찍힌 탈레반이 이번 협상으로 수감자 석방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질 일부 석방은 우리측이 대면협상에 성실히 응한 데 대한 신뢰의 표시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탈레반 측이 여전히 인질-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여성억류에 부정적인 이슬람권에 인질극에 대한 비판여론을 조성하고, 지속적인 대면협상을 통해 상호 신뢰속에 협상 가능한 요구조건을 만들어가는 구상을 하고 있다.
'몸값 교환' 방식으로 우리측은 현금 대신 탈레반 점거지역의 재건사업이나 인도적 사업에 기여를 약속하는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이 상정하는 최선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그간 강온 양동작전을 절묘하게 구사해온 지금까지의 행태로 볼 때 탈레반측은 여성인질 2명의 석방을 계기로 우리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압박전술을 취할 공산이 크다.
즉 인질살해 위협을 재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우리측은 신뢰구축과 여론환기, 관련국과의 탈레반 수감자와 협조자에 대한 석방가능성 타진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탈레반 측의 상황악화 조치를 차단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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