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공세에 맞서 월급(급여이체)통장의 금리를 최고 연 4%대까지 인상하고 있다.
이자가 거의 없어 '가계부 통장'으로 불리던 월급통장(연 이자 0.1~0.2%)이 종전의 20~40배 고금리로 무장하는 건 CMA로의 고객이탈을 막기위한 고육책.
하지만 최근 CMA가 연 5%대 금리로 더욱 날을 벼린 데다 은행 월급통장의 금리인상은 전제조건이 있어 실질적인 혜택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기업은행은 13일 월급통장 잔액이 일정액을 넘으면 최고 연 4.0%의 이자를 주는 '아이플랜(I Plan) 대한민국 힘 통장'을 판매(기존 고객은 전환신청)한다고 밝혔다.
고객 스스로 설정한 기준금액(최소 300만원)을 종자돈으로 넣어 놓으면 그 금액에 대해선 연 0.15% 금리를 적용받지만, 그 금액을 넘는 예금에 대해선 연 3~4%의 이자가 지급된다. 전자금융거래 수수료는 무제한 면제다.
최고 금리인 연 4%를 받으려면 기준금액이 1,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종자돈 1,000만원을 미리 넣어둬야 그 다음 잔액이 발생했을 때 고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준금액이 300만~500만원이면 초과 금액에 대한 금리는 연 3%다.
장점도 있다. 통장가입 고객이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면 기준금액 초과 분에 해당하는 대출금에 대해 대출금리를 최고 4%포인트 할인해준다.
농협은 월급통장에 최고 연 5% 금리를 적용하는 '뉴 해피 통장'을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일정액(50만원 이상) 초과 분을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고금리 상품)으로 전환하는 '스윙 어카운트'(Swing Account)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돈이 묶이는 적금에서 월급계좌로 역스윙이 안돼 자칫 연체가 발생할 수 있다.
하나은행도 비슷한 방식으로 월급통장의 잔액이 일정액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하나대투증권의 CMA로 이체해 주는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원금보장이 되는 보통예금과 보장이 불가능한 CMA를 결합하면 두 상품의 원금보장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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