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질 2명의 석방은 아무런 조건이 없었던 것일까.
탈레반은 조건 없이 석방하는 “선의의 표시(gesture of goodwill)”라고 거듭 강조했고, 정부 당국자도 “조건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몸값’ 등의 석방 조건이 없었다 하더라도 양측간의 신뢰구축을 위한 ‘합의사항’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우선 탈레반이 이번 석방을 다각적인 전술 차원에서 활용한 측면이 커 구체적인 세부 조건이 크게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여성 인질 장기 억류에 대한 이슬람권의 비난 여론을 희석시킬 필요가 있었던 데다 건강악화로 이들을 관리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픈 여성 인질을 석방하면서 오히려 생색내기를 통해 협상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측면에서 탈레반도 이번 석방이 손해 보는 카드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질 석방이 성사되기까지 한국 정부의 ‘성의있는 모습’이 주효했을 가능성은 크다. 탈레반이 한국 정부를 신뢰하지 않았다면 섣불리 석방 카드를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도 탈레반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다양한 조건을 제시했을 개연성이 있다.
때문에 탈레반이 향후 지속될 협상에서 확보할 수 있는 ‘카드’를 언질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탈레반이 수감자 석방 조건을 고수하고 있지만, 여성 인질의 경우 실리 확보 차원에서 대가를 받고 석방할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추가 여성 인질 석방을 위한 ‘거래’가 오갔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탈레반은 지난 4월 인질로 붙잡았던 프랑스 구호요원 2명 중 여성 한 명을 26일만에 풀어줄 당시에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선의의 표시’라고 밝혔다. 하지만 프랑스가 탈레반측에 당시 몸값이 지불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이번 석방의 경우 큰 규모의 대가가 전달됐을 가능성은 적어보지만 향후 협상을 대비해 몸값 지불이 논의됐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텔레반측 ‘수감자 석방’ 요구조건을 변경시키기 위해 탈레반 장악지역에 대한 재건사업 지원 등 포괄적 대가 지불 방안도 제시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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