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는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가치를 높인다면 모두가 수익을 볼 수 있는 윈-윈 게임입니다.”
기업지배구조 펀드(KCGFㆍ일명 ‘장하성 펀드’)의 고문역을 맡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장. 23일이면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기업들을 상대로 펀드를 통한 지배구조개선 싸움을 벌여온 지 꼭 1년이 된다. 장 펀드 1년을 맞아 장 교수한테 그 간의 논란과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장하성 펀드는 많은 논란 속에서도 대한화섬, 태광산업, 크라운제과, 벽산건설 등의 지분을 인수해 기업 투명성 향상과 주주가치 제고에 큰 공헌을 했다는 찬사가 받았다. 하지만 장 교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했다. 그는 “투자규모가 4,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제는 대기업 투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 등을 통해 투명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장 펀드에 쏟아지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오해의 소치라고 말했다. 장 펀드에 대한 대표적인 험담은 “헤지펀드와 다를 게 없다”는 것. 장 교수가 펼쳐왔던 소액주주운동이 변질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장 교수는 이에 대해 “장하성 펀드의 목적은 기업지배구선 개선, 기업가치 제고, 수익 창출이라는 점에서 소액주주운동 때와 달라진 게 없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또 “기업 지분의 5%를 인수해 저평가된 주가를 제자리로 돌려놨다면 장 펀드뿐만 아니라 95%의 지분을 잦고 있는 모든 주주가 이익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아쉬운 속내도 감추지 않았다. 장 펀드에 쏟아지는 비난 중의 하나는 하필 국내 자금이 아닌 외국 자금으로 펀드를 운용하냐는 것. 하지만 장 교수는 “1년 동안 국내 기관 투자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했지만 눈치만 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증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에 대해서도 목청을 높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최근의 장세를 마치 일시적인 유동성 장세쯤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이 열악할 뿐 자본이 충분히 축적돼 있고, 성장 잠재력도 충분하다.”
칼라일, 론스타 등 일반인들에게 ‘먹튀’로 인식되는 사모펀드들에 대해서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론스타 같은 펀드는 부실한 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킨 뒤에 되파는 구조조정 펀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먹튀’라고 비난하기 보다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자주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마지막으로 장기투자의 전도사답게 개인과 기관의 단기매매 형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기업들의 지분을 매수해 단 1%도 팔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많은 개인과 펀드매니저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편입 종목을 수시로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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