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직자윤리위가 최근 금융감독원 퇴직자 4명의 금융회사 감사 취업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리자 금감원 간부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감사업무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해당 기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고, 그런 인사가 처음도 아닌데, 왜 새삼 문제 삼느냐는 항변이다. 참으로 빈곤한 발상이거니와, '높은 도덕적 가치와 청렴성'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김용덕 신임 금감원장의 지침을 무색하게 만드는 행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임 전 3년 이내에 맡은 업무와 관련된 민간회사에는 퇴임 후 2년 이내엔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제가 된 인사들 중 3명은 보험 관련 민원을 처리하다 업무영역만 바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감사로 옮겨갔다.
증권사 감사로 간 다른 1명은 은행감독을 맡던 시절 잠시 증권사를 감사한 경력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당사자나 금감원측은 부끄러움도 없이 오히려 "과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관행인데 갑자기 왜 남의 밥줄을 건드리느냐"고 열을 올린다.
굳이 '낙하산 인사' 논란을 재론할 것도 없이, 이런 수준의 도덕성으로 금융시장을 개혁하고 감독시스템을 선진화하겠다니 믿기 어렵다.
2001~2006년 금감원을 퇴직한 114명 가운데 은행ㆍ보험ㆍ증권 등의 금융회사 요직에 재취업한 사람이 무려 84명에 이르고, 특히 10대 증권사 중 6곳의 감사가 금감원 출신인 것도 이해가 간다.
금감원의 '제 식구 감싸기'는 윤리위 결정에 따라 해당 금융사에 문제 인사들의 해임을 요청할 의무를 회피한 채 당사자들이 준비 중인 행정소송 결과를 마냥 기다리겠다는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런 식의 행태가 용인되는 것은 공직자윤리법의 '유관업무 취업금지' 규정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데다 공직자윤리위마저 그 동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어설프게 일을 처리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힘있고 물 좋은' 부처의 권한 남용을 차단하고 윤리위 심사의 엄격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만들지 못하면 이 나라는 공무원 낙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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