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함에 따라 나머지 인질 19명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도 숨가쁘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석방으로 교착 상태였던 인질 협상에 숨통이 트이긴 했으나 여전히 탈레반 수감자 석방 문제에서 진전 기미가 없어 향후 협상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여성 인질 추가 석방 가능성은 높아
이번 인질 석방으로 나머지 여성 인질 14명의 추가 석방 가능성은 높아졌다. 여성 인질 억류에 대한 이슬람권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슬람 교리를 내세우는 탈레반 입장에서도 여성 인질을 살해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번에 보여주었다.
더구나 여성 인질 석방은 탈레반으로서도 딱히 손해 볼 것 없는 카드다. 국제사회 여론전을 주도하고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몸값 등 실리 확보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수감자 석방 고수시 남성 인질 5명 험난 운명
인질 협상은 결국 남성 인질 5명의 운명으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이 여전히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다. 애당초 이번 인질 납치극이 가즈니 주 탈레반 그룹이 자기 조직의 사령관 석방을 위해 도모했다는 외신 보도를 감안하면 탈레반이 쉽사리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렇다고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 석방을 수용할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여성 인질은 풀려나는 대신 남성 인질 5명만 남겨두고 지리한 여론 공방을 이어나가며 인질 사태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게 점쳐지는 시나리오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이 다시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 위협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협상의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성 인질 석방을 통해 ‘우리로선 할 만큼 했다’는 것을 내세우면서 아프간과 한국 정부를 더욱 강하게 몰아치는 전략이다. 최악의 경우 아프간 정부의 군사작전으로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 정치 위상 확보 판단 시 협상 타결
탈레반 지도그룹이 이번 인질극을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 받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테러단체와 협상은 없다’는 국제사회의 불문율 속에서 한국 정부와 사실상 공식적인 대면 협상을 갖는 것 자체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한 측면이 크다.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첫 공개 기자회견을 가지는 등 정치단체로서의 성격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탈레반 지도그룹이 ‘정치적 위상 확보’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수감자 석방 어려움’의 한계를 받아들인다면 석방 조건을 바꿀 여지가 없지 않다.
그렇다면 협상은 의외로 쉽게 타결될 수 있다. 석방 조건이 ‘몸값 지불’로 바뀌더라도 석방 명분이 필요해 ‘동의ㆍ 다산 부대 조기 철군’ ‘탈레반 장악 지역에 대한 재건 지원’ 등이 적절한 타협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경우 수감자 석방을 원하는 일부 탈레반 그룹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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