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제 동생이 석방돼 얼마나 다행인 줄 모릅니다. 그러나 아직도 남아있는 피랍자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나머지 19명의 피랍자들도 아무 탈 없이 가족의 품에 안기게 되리라 믿고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립시다.”
13일 김경자(37) 김지나(32)씨 등 2명의 한국인 여성이 피랍 25일 만에 풀려나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피랍자가족대책위원회에 모여있던 20여명의 피랍자 가족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가족이 탈레반에 억류된 대부분의 피랍자 가족도 마치 자신의 딸이나 언니, 동생이 풀려난 듯 기뻐했다. 이들은 또 두 김씨의 석방에 이어 나머지 19명도 하루빨리 풀려나게 해 줄 것을 정부와 탈레반, 국제사회에 거듭 호소했다.
피랍자 가족 대표들은 이날 밤 10시30분께 석방소식이 공식 확인된 뒤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여러분께서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셔서 우선 석방이 이뤄졌다”며 고개를 숙이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가족들은 “정부가 탈레반과 4일째 대면 협상 중인 만큼 좋은 소식이 계속 들려올 것으로 믿는다”며 남은 피랍자 일괄 석방을 고대했다.
가족들은 특히 김씨 등이 오랜 억류 생활에다 낯선 기후와 환경 탓에 건강이 다소 나빠졌겠지만 피 말리는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나머지 피랍자들에게도 희망과 용기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모습이었다.
김지나씨의 오빠 지웅(35)씨는 “아픈 허리를 잡고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났던 지나가 피랍 기간 동안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을지 모르겠다”며 “온갖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강인한 의지로 견뎌내 줘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지웅씨는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경자씨의 오빠 경식(38)씨도 동생의 생환에 밝은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아직 남아있는 가족이 많이 있어, 모두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과 정부 관계자들의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탈레반에 처음으로 희생된 고 배형규(42) 목사의 형인 신규씨도 “정말 고대하던 소식이고, 아팠던 분들이 먼저 풀려난다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남은 분들도 이른 시일 내에 모두 무사귀환 한다면 고인들도 편히 눈 감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희생자 심성민(29)씨의 아버지 심진표(62)씨는 “(석방 소식을 들으니)잃어버린 아들에 대한 미련이 더욱 남는다”고 말끝을 흐렸다. 심씨의 매형 신세민(33)씨는 “이미 장례식을 치렀지만 장인 장모가 가족모임을 찾아 위로와 격려를 하고 있다”며 “처남의 희생이 밀알이 돼 다른 피랍자들도 모두 생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통스런 오랜 기다림 속에 한 마음이 된 피랍자 가족들은 한 목소리로 거듭 일괄 석방을 요구했다. 가족모임 차성민(30) 대표는 “일부 석방도 환영하고 기뻐해야 하지만 우리 외교통상부에 나머지 가족들이라도 모두 한꺼번에 석방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박원기기자 one@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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