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과 관련한 최근의 미국 금리인하설이 급기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례 통화정책회의의 회기와 관계없이 이르면 이번 주중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긴급 금리인하 전망으로까지 증폭되고 있다.
13일 뉴욕증시 개장에 앞선 익명의 ‘구두개입(verbal intervention)’ 냄새도 나지만, 시장의 불안감이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2일 CNN머니 등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일각에서는 FRB가 내달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르면 이번 주중 연방기금 금리를 0.25% 포인트 전격 인하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푸트남 인베스트먼트’의 한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이 이번주 초에도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본다”며 “신용경색이 악화할 경우 FRB가 이르면 이번 주라도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리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9ㆍ11 테러’ 직후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FOMC 회기와 관계없이 즉각적인 선제적 금리인하에 나서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다는 평을 얻었다.
‘선제조치’까지는 아니어도 CNN머니는 이날 “시카고선물거래소(CBT) 연방선물기금 추이가 이달 안에 연방기금 금리가 0.25% 포인트 떨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쪽으로 나왔다”며 금리인하를 겨냥한 월스트리트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음을 전했다.
퍼스트 아메리칸 펀드 수석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아직 인플레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하지만 8월 실업률이 지난달 4.6% 보다 높은 4.7% 정도로만 나와도 FRB가 경기둔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내달에 금리를 내리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중론은 여전히 FRB가 금리인하보다는 유동성 추가 공급 등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모색할 것이라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금리인하가 결국 모기지 금리상승을 유발하는 장기채권 수익률을 높여 결과적으로 신용경색 위기를 가중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금리인하로 달러 약세가 심화하고 미 국채의 투자 매력을 감소시켜 미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금리인하 보다는 FRB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 거래(스와프) 제의에 맞춰 유동성 투입여력을 확대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신용경색에 따른 미국ㆍ유럽ㆍ일본 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투입 분위기에 따라 그 동안 시장에서 힘을 얻어왔던 일본의 금리인상설은 급격히 퇴조하는 양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0.5%의 초저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은행은 금리의 정상화를 위해 인상에 적극적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신용을 완화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기 때문에 오는 22, 23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당장 금리인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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