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19일)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판도에 미칠 영향, 수사 결과 파괴력 등을 종합 판단한 검찰의 ‘전략적’ 결정으로 보여진다.
사실 19일은 검찰 내부에서 수사결과 발표 데드라인이었다. 경선이 끝난 뒤 이미 제1야당의 공식 대선 후보가 된 사람의 비리를 발표한다면 대선정국을 정면으로 흔드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여ㆍ야 후보가 각각 정해진 상황에서 야당 후보 비리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검찰의 중립성이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날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검찰은 최근 발표 시점에 대해 철저히 함구해 왔고, 이날은 오전 일상적인 브리핑도 취소했다. 때문에 검찰 주변에선 “15일이 광복절 휴일인 만큼 14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는 하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고 그 결과 오후 4시 돌연 브리핑을 기자실에 통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가 예고될 경우 정치권의 압박과 견제, 수사결과 유출 등을 우려한 검찰이 기습발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수사 내용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서울 도곡동 땅 이상은씨 지분은 제3자 차명재산 의혹이 있다”는 내용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차명재산 의혹으로 직결될 수 있는 예민한 부분이다.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발표하려면 경선 전에 신속히 처리해야 했다는 얘기다.
발표를 서두른 정황도 곳곳에서 보인다. 검찰은 도곡동 땅 차명 의혹의 핵심 참고인인 김만제 전 포철회장, 이 전 시장 큰형인 이상은씨의 재산관리인 이모씨에 대한 조사 없이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를 끝내지 못한 각 비리유포 배후 발표는 유보하고, 이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의 비리 의혹 진위에 대한 검찰 판단만 발표하는 분리발표 전법도 썼다.
검찰은 이날 수사결과를 구두로만 발표했다. 보도자료를 배포하던 전례에 비춰 이례적 형식이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