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농촌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낮엔 풀 베고 밤엔 의식화 교육을 했던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농기계 수리, 농촌 어린이 교육 등 단과대학이나 학과의 특성에 맞춘 ‘생활 밀착형 봉사활동’으로 바뀌는 추세다. 대학 운동권 세력의 퇴조와 학생 취업난 등이 맞물려 고사해 가던 농활이 전문화ㆍ다양화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각 대학 학생들은 자기 전공을 살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주택 서민에게 집을 만들어주는 ‘사랑의 집짓기’(해비타트) 활동에 건축 전공 학생들이 참가한다거나, 동남아 지역 국가 언어를 전공한 학생들이 시골 마을의 외국 출신 이주 농민에게 한글학교를 여는 식이다.
특히 두드러지는 분야는 공학이나 정보기술(IT) 쪽이다. 한국기술교육대는 6월 강원 삼척시 미로면 일대에서 ‘기술봉사단’ 농활을 운영해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를 수리하고, 노후된 전기 배선 시설 등을 고쳤다. 순천향대 컴퓨터학부 학생들은 지난달 충남 아산시 영인면 신봉리 내이랑마을 120여 세대의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고 낡은 부품을 교체했다.
농촌 고령화로 각종 기계와 컴퓨터 사정에 밝은 젊은이들이 거의 없던 마을에 이들 대학생의 방문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한국외국어대는 이번 농활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각국의 문화와 제도를 시청각 자료를 이용해 알려주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대학도 있다. 한서대(충남 서산시) 총학생회는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해외봉사단을 보내 소와 염소 사육장 설치와 운영 방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녹색연합,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시민단체나 기업들이 생태농활, 미디어농활 등을 주도하는 것도 새로운 모습이다. A대학의 한 교수는 “농촌 주민들이 일손 돕기 외의 여러 도움을 받고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며 “대학이나 회사들도 학점 인정, 취업 시 봉사활동 인정 등으로 대학 사회와 농촌의 연계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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