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의 차이나 타운이 도시 재개발에 밀려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꾸며 미국 땅을 밟는 중국인 이민자의 첫 삶의 터전이자 보금자리 역할을 한 차이나 타운이 그 역사적 운명을 다해 가고 있는 것이다. 도시 재개발 당국자나 업자들이 타운이 자리한 도시 중심부의 금싸라기 땅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기능이 고도화하면서 차이나 타운의 부동산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땅 주인들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게 됐다.
재개발 당국은 이민자들의 낡은 주거 건물과 다닥다닥 붙어있는 중국음식점, 소상점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사무용 고층 빌딩, 고급 상가, 초호화 아파트나 호텔들을 짓고 있다. 때문에 차이나 타운에 집단적으로 살던 중국인 이민자들은 도시의 외곽으로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다.
샌디에이고의 차이나 타운은 이젠 간신히 이름만 걸어놓는 역사적 장소로 변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초호화 아파트 건축 붐으로 차이나 타운이 급속도로 잠식되자 타운의 일부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진행중이다.
미 10대 대도시 중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휴스턴, 필라델피아의 차이나 타운은 이미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했다. 댈러스에는 원래 역사적 의미의 차이나 타운은 없었는데 1980년대 건설된 소매상가 지역에 차이나 타운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이밖에 시애틀, 디트로이트, 샌프란시스코, 워싱턴DC 지역의 차이나 타운도 중국인 이민자 거주 지역이라기보다는 관광코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뉴욕의 차이나 타운 정도가 이민자의 거주지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이곳에도 재개발의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보스턴에서는 차이나 타운의 재개발을 놓고 시 당국과 타운의 중국인 거주자 사이에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거주자 단체는 기존의 이민자를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입주할 수 있는 주거지역 비율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블루 칼라인 이민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업종의 보장을 재개발 계획에 반영시켜 줄 것도 함께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자들은 시 재정에 크게 보탬을 줄 수 있는 사무용 고층 빌딩이나 호텔, 부유층 을 위한 아파트 건축에 침을 흘리면서 거주자 단체에 맞서고 있다. 이러한 신경전을 지켜보고 있는 대부분의 보스턴 시민은 결국 시 당국이나 개발업자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재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인 이민자 주디 차우씨조차도 “차이나 타운이 미국에 온 이민자들의 보금자리가 돼온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사업은 사업이며 주변에 고층 건물들이 치솟고 있는데 우리도 그 시장에 휩쓸려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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