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으로부터 “여성 인질 2명 석방”이라는 약속을 얻어내기까지 한국 정부는 탈레반을 상대로 피 말리는 협상을 거듭했다.
극적으로 성사된 첫 대면 협상
한국 정부는 대면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탈레반과 수차례 물밑 접촉을 벌였지만 탈레반이 유엔의 신변 안전보장을 고집해 한때 대면 협상이 물 건너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10일 탈레반이 한발 물러서 아프간 정부와 가즈니주 정부의 안전보장을 받아들이면서 대면 협상의 물꼬를 텄다. 탈레반이 입장을 바꾼 것은 이슬람권에서 금기시하는 여성을 납치해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대규모의 인질을 3주 이상 억류하는데 따른 부담 때문으로 분석된다.
카리 모하마드 다시르와 마울라위 나스룰라 등 2명으로 구성된 탈레반 대표단과 한국 대표단은 10일 오후 6시 15분 가즈니시 적신월사 사무실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협상은 3시간 가량 진행됐고 국제 적십자사 관계자 4명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슴 졸인 2, 3차 대면 협상
한국 대표단과 탈레반 대표는 11일 오전 적신월사 사무실에서 다시 얼굴을 맞대고 5시간 동안 2차 마라톤 협상을 가졌다. 이날 오후 탈레반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알 자지라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관용과 선의의 표시로 여성 인질 2명을 조건 없이 석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면 협상에 이뤄지기까지는 난항을 겪었지만, 일단 얼굴을 맞대고 인질 사태를 논의하자 협상이 급진전을 보인 것이다.
오전의 2차 대면 협상을 마친 양측은 건물을 떠나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7시께 다시 적신월사 사무실로 돌아와 3차 협상을 가졌다. 3차 협상이 끝나자 아마디 대변인은 “여성 인질 2명을 조만간 석방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언제 석방할 것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고, 이르면 12일 석방될 수 있다”고 말해 협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아마디 대변인은 12일에도 “여성 인질을 먼저 석방한다는 기본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며 인질 석방을 재확인했다.
적신월사가 인질 전달 중개할 듯
한국 정부가 여성 인질 2명을 넘겨 받는 과정에서 적신월사가 중개 업무를 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으로부터 인질을 넘겨 받아 한국 정부에 건네 주는 데 적신월사의 차량이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측에 인도된 여성 인질은 아프간에 파견된 한국군 동의부대에서 치료를 받은 뒤 적당한 시기에 한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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