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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서 노익장… 실향 1세대 기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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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서 노익장… 실향 1세대 기업인들

입력
2007.08.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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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 재개는 북한 땅에 고향을 둔 기업인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평생 망향의 한을 달래며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던 실향민 1세대 기업인 상당수는 세상을 뜨거나 현역에서 퇴장했지만, 이들의 못다 이룬 꿈은 가업과 함께 2,3세로 이어져 해당 기업들은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면 적극적인 경제 교류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에이스침대의 창업주 안유수(77) 회장은 올해 숙원을 풀었다.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인 그는 56년 전 떠나온 고향 땅에 침대공장 건설의 첫 삽을 떴다. 에이스침대가 올 5월 북한 광명성총회사와 자본금 2,000만 달러의 합영회사 ‘사리원에이스침대가구’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사리원에 공장 건설에 들어간 것이다. 공장 설립 자체도 뜻 깊지만, 이번 사업은 국내 최초로 남북간 육로를 통한 물자와 인원의 상시 왕래를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남북 경협의 획기적인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안 회장은 개성공단에 입주하는 편한 길을 마다하고 고향에 공장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1997년부터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사리원 공장을 추진, 10년을 기다려 장남 안성호(39) 사장에게 회사 경영을 물려준 뒤에야 꿈을 이뤘다.

‘식초건강법의 전도사’ 박승복(85) 샘표식품 회장의 고향은 함경남도 함주이다. 함흥공립상업학교를 졸업한 박 회장은 해방 직후 부친(고 박규회 샘표식품 창업주) 및 형제들과 38선을 넘어왔다. 박 회장은 10년 전 아들 박진선(57) 사장에게 경영을 맡기고 물러났지만, 한국식품공업협회장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을 지내는 등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북한과 관련한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았지만, 이북5도민회 고문과 실향민 출신 기업인 모임인 고향투자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올 6월 샘표식품이 ‘북한 장류제품 보내기 운동’의 일환으로 간장, 된장, 고추장 등 2,000만원 어치의 장류 200상자를 북한에 보낸 것도 박 회장의 고향 사랑이 바탕에 깔려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장치혁(75) 전 고합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대북 사업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평북 영변 출신의 장 회장은 고합그룹을 내세워 91년부터 대북 경협 활동을 해왔으며, 김영삼 정부 때의 금강산 유람선 사업과 김대중 정부 들어서의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01년 분식회계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경영뿐만 아니라 대북 활동까지 모두 접었다.

1964년 남양유업을 세운 홍두영(88) 명예회장도 평북 영변의 부농 출신으로 북녘에 고향을 둔 실향민. 남양유업은 올 초 대북 지원단체를 통해 북한 어린이들에게 두유제품 10만여 봉지를 제공했다.

하지만 분단 반세기를 넘어가면서 이북 출신 기업인 1세대들 중에는 망향의 한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는 이들이 상당수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개발 등 대형 남북경협 사업을 이끌어낸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지난달 90세로 세상을 떠난 이회림 동양제철화학 명예회장이 대표적이다. 함경남도 이원 출신으로 낙농업의 기틀을 다진 고 김복용 매일유업 전 회장도 지난해 별세했다.

이밖에 함남 북청이 고향인 강성모(74) 린나이코리아 회장과 함남 원산 출신인 함태호(77) 오뚜기 회장 등이 대표적인 월남 1세대 기업인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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