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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독일 철도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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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독일 철도파업

입력
2007.08.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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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아침 신문에 독일 철도파업 관련기사가 실렸다. 국영철도 도이체반(DB) 기관사노조가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9일부터 파업한다고 예고하자, 8일 뉘른베르크 노동법원이 “기업들이 대처하기 힘든 휴가철 파업은 국민경제적 손실이 크다”며 파업을 잠정 금지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는 이어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수출산업이 크게 의존하는 철도 운송이 중단되면 경제손실이 하루 5억 유로, 6,400억원에 이른다는 추산을 소개했다. 따라서 노조가 ‘위헌적 결정’이라며 제기한 항고도 기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차를 감안해도 묵은 기사를 뒤늦게 보도한 것은 우리에게 교훈적이라고 여기는 습관 때문일 것이다. 독일 같은 나라도 무분별한 파업은 용인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애써 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정작 독일 사회와 언론의 반응은 전혀 딴판이다. 이를테면 대표적 보수신문 디 벨트는 “법원 결정이 노동법과 헌법 전문가들의 거센 반론을 불렀다”고 전했다. 보수적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훨씬 직설적이다. 법원 결정이 초래한 논란을 아예 “우스꽝스럽다”고 비웃었다.

■우리 독자들은 대개 무슨 소린지 의아할 것이다. 그래서 논란의 결말부터 소개한다. 기관사노조는 화물ㆍ장거리 노선 파업을 금지한 법원 결정을 존중, 9일 오전 베를린과 함부르크 도시철도에서 2시간 제한 파업을 했다.

이어 뉘른베르크 노동법원의 담당 여판사 및 도이체반 측과 27일까지 임금협상을 재개하고, 그때까지 파업을 유보하기로 합의했다. 언뜻 법원의 강경한 결정에 굴복한 것 같지만, FAZ와 진보 언론은 “부적절하고 위헌적 결정을 내린 법원의 체면을 살려준 타협”이라고 풀이했다. 디 벨트조차 “잘못된 결정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논평했다.

■이 에피소드의 진짜 메시지는 단순하다. 법원 결정은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의 본질을 전례 없이 곡해했다는 것이다. FAZ는 “노사분쟁 상대에 경제적 손실을 주는 것은 파업의 고유한 목적”이라고 상기시켰다. 진보 귄위지 디 차이트는 “헌법적 합의로 파업권을 인정한 이상, 피해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도이체반이 연방 여러 주(州) 노동법원에 노조를 제소했으나, 뉘른베르크를 제외한 법원이 적극 다루지 않은 것은 노사자치 원칙을 존중한 올바른 태도라고 평가했다. 경제신문이 앞장서 떠드는 파업 피해도 터무니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 언론 보도는 어찌 평가할지 궁금하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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