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하지 않고 협상이 잘 되기를 기다릴 수밖에요….”
피랍 25일째인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피랍자대책위원회에 모인 가족들은 여성 피랍자 2명의 석방 소식이 들려 오지 않은 채 밤이 깊어 가자 실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은 11일 저녁부터 여성 피랍자 2명 우선 석방과 관련해 ‘협상 급진전’ ‘수시간 내 석방’ ‘석방’ ‘석방 보류’ ‘석방 방침’ ‘이르면 12일 밤 석방’ ‘석방 취소’등 극과 극을 오가는 외신 때문에 기대와 불안을 넘나들며 고통스런 하루를 보내야 했다.
가족들은 탈레반의 입장이 계속 번복되자 당혹해 하는 모습이었다. ‘석방돼 적신월사에 인도됐다’는 외신이 들려올 때만해도 밝았던 가족들의 얼굴은 ‘석방이 보류됐다”는 보도에 다시 굳어졌다. 하지만 가족들은 고통스런 오랜 기다림에 심신이 지치고, 탈레반의 이런 행태에 익숙해져서 인지 곧 상황 변화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한 가족은 “워낙 이런 일을 많이 겪어서 크게 동요하지는 않고 있다”며 “외교통상부로부터 ‘여성 피랍자의 석방 여부를 확인 중’이라는 대답을 들었으며,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특히 일부 우선 석방보다는 피랍자 전원의 일괄 석방을 기대했다. 차성민(30) 피랍자 가족대표는 “남은 피랍자 21명 모두가 함께 풀려나기를 바란다는 가족들의 희망을 외교부에 전했다”고 밝혔다.
일부 가족들은 이날 주일예배에 참석해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특히 오전10시 예배에는 제창희(38)씨 가족의 사용자제작콘텐트(UCC)가 상영돼 예배당이 눈물바다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피랍자들을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영문으로 번역해 인터넷에 올렸다 경찰에 입건된 3명 중 김모(21)씨가 11일 가족들을 찾아 용서를 구했다. 가족들은 “직접 찾아와 사과해 줘 오히려 고맙다”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13일로 예정했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방문도 협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을 걱정해 취소했다.
성시영 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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