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 대신 동결을,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이 콜금리 동결 대신 인상을 선택한 것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보다 인플레이션 우려 차단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여기엔 서브 프라임 문제로 인한 신용경색이 양국의 경제회복 기조를 뒤엎지는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배경이 됐다.
하지만 두 나라 중앙은행의 예상보다 서브 프라임 파장의 골은 더 깊게 패이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최근 이틀간 250조원이 넘는 긴급 유동성을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미노 식 위기확산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유동성 공급을 넘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고, 우리나라 한국은행은 “너무 성급한, 부적절한 금리 인상이었다”는 시장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1일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으로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취임 18개월 만에 첫 위기에 직면했다”며 “FRB가 유럽중앙은행(ECB) 및 일본은행 등과 9ㆍ11 테러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시장에 개입한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지 여부를 놓고 갈림길에 섰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는 금리 인하론과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인하론자들은 담보대출 금리를 내려 주택시장을 안정시킴으로써,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고위험 모기지 관련 증권을 시장에 팔 수 있도록 해 신용경색 위기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브 프라임 사태의 궁극적 원인이 저금리에 있는 만큼 추가적 금리인하는 부실 대출을 다시 조장하고 도덕적 해이를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사설에서 “(유동성 공급에 그치지 않고) 여기서 더 나아가 시장 일부에서 바라는 금리인하까지 나가갈 경우 금융시장에 더 큰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FRB가 금리인하보다는 유동성 공급을 통해 사태를 해결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요동이 지속되고 경기 침체 위협이 가시화될 경우 다음 대응 수단은 금리 인하가 될 수밖에 없다. 메릴린치의 조지프 샤츠 애널리스트는 “FRB가 긴급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소집해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역시 곤혹스러운 처지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2개월 연속 콜금리 인상’이라는 유례 없는 초강수를 뒀지만,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날 서브 프라임 충격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 위험 요인을 충분히 반영한 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다” “예측 능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이 요동을 친 10일에는 “콜금리가 급변동할 경우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의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겠다”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콜금리 인상을 통해 과잉 유동성을 잡겠다던 전날의 결정과는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시장충격이 지속되더라도 2개월 연속 인상 뒤 곧 바로 금리인하에 나서기도 쉽지 않아,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운신 폭도 좁아졌다는 평가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