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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권의 초등 논술 길라잡이] '창의적인 사고력'의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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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권의 초등 논술 길라잡이] '창의적인 사고력'의 판단 기준

입력
2007.08.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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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멋진 기능을 가진 미래형 자동차’를 상상하여 쓴 2학년 어린이의 글입니다.

나는 땅 속을 다닐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땅속에 있는 벌레들을 관찰하고 싶다. 그리고 1초 만에 우주에 도착하여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그런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변신하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 기차도 되었다가 비행기도 되었다가 동물로도 변신하는 그런 자동차를 만들 것이다.

위의 내용을 보면 상상을 해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내용 즉, 땅속을 다니는 자동차라든지, 1초 만에 우주에 도착할 수 있는 자동차, 내 생각대로 변신하는 자동차를 상상한 것을 창의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내용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비판적 사고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창의성 유무를 판별하는 기준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 독특한 생각인가, 아니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허황된 것인가를 살펴보면 됩니다.

다음은 다른 2학년 어린이가 쓴 글입니다.

‘윙, 위이잉.’

나를 못살게 구는 모기가 올 여름에도 내 얼굴을 물었다. 곧 산후조리원에 계신 엄마와 내 동생이 집으로 돌아올 텐데 내 동생이 모기에 물리면 얼마나 가렵고 아플까?

그래서 나는 벌레를 잡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 자동차 앞바퀴에 끈끈이 손을 달아서 더러운 세균을 옮기는 파리를 잡고, 뒷바퀴에는 스프레이통을 달아서 모기를 잡고, 차의 지붕 위에는 프로펠러를 달아서 돌게 하여 벌레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 이런 자동차를 만들면 내 동생과 나는 모기나 벌레에 물리지 않을 것이다.

위의 글을 쓴 어린이는 자기와 동생이 모기나 벌레에 물리지 않는 자동차를 구상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많이 담긴 창의적인 기능을 가진 자동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자동차

-땅 속에서 다닐 수 있는 자동차

-버튼을 누르면 음식이 차려지는 자동차

-내 마음대로 변신하는 자동차

반면 다음의 내용들은 창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을 연료로 하여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입력을 하면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

-충돌 직전 공중으로 뜰 수 있는 자동차

-물 속에서도 달릴 수 있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연료로 쓸 수 있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향기가 나오는 자동차

-배기통에서 산소가 만들어져 나오는 자동차

선생님들도 창의력의 중요성을 알고 창의력을 길러주는 학습지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초 만에 우주에 도착할 수 있는 자동차’처럼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내용을 쓴 아이에게 창의성이 뛰어나다고 하면 그 아이는 실현가능성은 따지지 않고 계속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반면 ‘배기통에서 산소가 만들어져 나오는 자동차’는 창의력이 발휘된 표현입니다. 다시말해, 창의적인 사고는 ‘실천, 실현 가능한 생각’에 두어야 합니다.

논술에서는 창의적인 대안을 근거로 제시해야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자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일회용품을 만드는 공장을 모두 없애자’, ‘사용하고 난 후에는 흔적도 없이 저절로 없어지는 일회용품을 만들자’는 등의 근거는 창의성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어느 연구소에서는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끊임없이 가능할 수 있도록 토론하여 연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런 연구 결과로 만든 것이 ‘입는 컴퓨터, 유비쿼터스’입니다. 요즘은 ‘접는 자동차’를 주제로도 토론을 진행중입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창의적인 사고의 한계를 어느 정도로 두어야 할 것인가를 짐작케 합니다.

영화 ‘D-워’를 일부 살펴볼까요?

우리가 어렸을 적 한번쯤은 다 들어봤음직한 전설을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외국 배우를 쓰고 배경을 미국으로 설정했습니다. 어머니가 아기에게 이유식을 시작할 때 서서히 아기의 입맛을 변화시키듯이 우리의 문화를 친근하게 접근시켜 그들이 거부감이 없이 우리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주인공들의 이름 또한 듣기에는 외국어 같지만 사실은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남자 주인공인 ‘이든’(‘착한’, ‘어진’의 뜻을 가진 순 우리말), 여자 주인공인 ‘새라’(‘새라새롭다’에서 따온 이름으로 ‘새라새롭다’는 ‘새롭고 새롭다’는 뜻의 순 우리말임), 나쁜 이무기의 이름인 ‘부라퀴’(부라퀴는 ‘몹시 야물고 암팡스런 사람’란 뜻의 우리말)가 그것입니다. 이렇듯 현실에 대한 접근방식이 창의적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아무리 독특하고 기발한 생각이라도 현실적용이 안 된다면 뜬구름과 같은 허황한 생각입니다.

미래는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큰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창의적인 사고력을 길러주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창의적인 사고는 ‘실현, 실천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생각입니다.

/소진권ㆍ초등논술 전문가ㆍ서울 금성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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