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8월 15일의 신화' "8·15종전기념일은 日의 여론조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8월 15일의 신화' "8·15종전기념일은 日의 여론조작"

입력
2007.08.11 00:10
0 0

사토 다구미 지음ㆍ원용진, 오카모토 마사미 옮김 / 궁리 발행ㆍ315쪽ㆍ1만3,000원

태평양전쟁의 종전일은 정확히 언제일까.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1945년 8월 15일이 공식적으로 전쟁이 끝난 날로 기억된다. 하지만 ‘8ㆍ15 종전기념일’이 패전의 굴욕감을 지우기 위해 일본이 조작해 낸 일종의 신화라면?

이 책은 전쟁이 끝날 무렵 촬영된 몇 장의 사진과 당시 언론기록을 추적하며, 정치세력과 미디어에 의해 조작된 ‘신화’의 실체를 까발린다. 저자인 사토 다구미(佐藤卓巳ㆍ47) 교토대 교수(교육학연구과)는 포츠담선언 수락(8월 14일)이나 항복문서 조인(9월 2일)이 아니라 단순히 천황의 ‘옥음방송(玉音放送)’이 있었던 8월 15일을 종전일로 기념한 것은 철저히 정치적 목적에 의한 여론조작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책에는 일본 역사책에도 실린 몇 장의 사진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종전을 고하는 옥음방송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규슈 가시이비행기공장의 여자 정신대원의 모습(아사히신문 1955년 종전 10주년 특집 게재). 가장 유명한 옥음방송사진이지만, 이 사진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찍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른 사진들도 옥음방송 훨씬 이전의 것이거나, 연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저자는 이 사진들이 대대적으로 유포된 것이 “항복문서에 조인하는 굴욕적 기억을 지워낼 수 있는 유일한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룩, 자신감을 회복한 정치권이 ‘떳떳한 일본’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패배를 인정하거나 개전에 대한 사죄 없이, “참기 어려움을 참고, 견디기 어려움을 견뎌, 만세를 위한 태평한 세상을 열고자 한다”는 옥음방송의 내용은 이런 정치적 목적에 꼭 들어맞았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정황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종전에 대한 미디어조작이 시작된 1955년은 3분의 2 의석을 차지한 자민당과 3분의 1의 사회당이 의회를 지배하는 ‘55년체제’가 성립된 해. 우파는 ‘평화의 날’로 원폭의 피해를 강조키 위해, 좌파는 천황에서 민중으로 정치권력이 넘어가는 ‘혁명의 날’로 ‘8ㆍ15 신화’가 필요했다고 이 책은 분석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