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이번 주부터 한달간 여름 휴회에 들어가면서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지난 7개월 동안의 ‘의회 성적표’가 나왔다. 결론적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대세이다.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을 장악했음에도 민주당이 거창하게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들의 장래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이다.
공화당의 거센 반대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위협이라는 벽을 넘지 못한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 통과전략의 한 방법으로 민주당은 상원에서‘밤샘 토론’을 시도하기까지 했으나 끝내 효과를 보지 못했다.
휴회에 들어가기 직전에 이뤄진 해외정보감시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선 민주당이 부시 대통령의 ‘안보 공세’에 굴복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의 영장없는 도청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다 해외정보감시법 개정안을 통해 행정부의 도청 권한을 오히려 강화시켜줬다.
민주당은 포괄적 이민개혁법에서도 공화당 보수세력들의 방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전략 마련에 실패함으로써 법안을 언제 다시 상정할 수 있을지 조차 예측키 어려운 상황이 됐다.
10여년만에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민주당의 성과로 꼽히고 있으나 이마저도 최저임금 상향조정이 기업의 감세 효과를 상쇄시켜선 안 된다는 부시 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뒤에야 의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이밖에 정유회사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에너지 관련 법안, 중산층 어린이들에게도 혜택을 확대토록 하는 의료보험법 등도 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한 법안들이나 모두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입법 대결에서는 민주당이 부시 행정부에 번번이 승리를 안겼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부시 행정부의 영장없는 도청, 연방검사 무더기 해고 사태 등에 대한 의회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에도 불구, 변변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점도 민주당에 대한 실망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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