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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옮긴 시립월전미술관 초대관장 장학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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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옮긴 시립월전미술관 초대관장 장학구씨

입력
2007.08.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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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훌쩍 넘긴 백발의 아들은 새 미술관 앞뜰에 설 때마다 아버지가 그립다고 했다. “미술관 앞 조각공원에 세운 아버님 흉상이 어찌나 실물과 닮았는지 문득문득 놀랍니다. 살아계셔서 개관식을 보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한국화의 거장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ㆍ1912~2005) 화백을 기리는 월전미술관이 경기 이천으로 보금자리를 옮긴다.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있던 월전미술관이 그 규모와 공익적 성격을 강화해 이천시 관고동 설봉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재탄생하는 것. 이천시가 53억을 들여 새로 만든 미술관은 사재의 사회환원을 원했던 장 화백이 1989년 월전미술문화재단에 기증한 대표작 117점과 평생 모은 국내외 고미술품 등 총 1,532점으로 꾸며진다.

새 미술관의 초대관장을 맡은 월전의 3남 장학구(67) 월전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은 “팔판동 뜰에 있던 매화나무까지 이천으로 옮겨 심었다”면서 “이천은 아버님이 여주군에 사실 때 이 지역 인사들과 교분을 나누며 인연을 맺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문인화의 정신과 격조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그림들로 한국화의 새 장을 연 장 화백은 국가 표준영정으로 지정된 인물화들로도 친숙하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강감찬, 김유신, 정몽준, 정약용, 윤봉길 등의 얼굴은 장 화백이 그린 표준영정을 통해 우리 머리 속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유관순 표준영정은 장 화백의 친일논란으로 올 초 국가지정 표준영정에서 해제되는 ‘사건’을 겪었다.

장 화백은 자식들에게는 배고프고 험한 산을 넘어야 하는 일이라며 미술가의 길을 말리면서도 제자들은 극진히 챙겼다고 한다. “손 끝의 재주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늘 고뇌하고 사색하면서 그림공부를 하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곤 했죠.” 서울대와 홍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길러낸 권영우, 박노수, 이열모, 송영방, 이종상, 이규선 등 장 화백의 제자들은 이젠 한국 화단의 원로로 우뚝 선 인물들이다.

탁상감정으로 1,000억원에 달하는 미술품을 모조리 미술관에 넘겨주면서 아들로서 섭섭하지는 않았을까. “글쎄요. 이사를 하려고 짐을 모두 옮겨 실으니 네 트럭입디다. 더운 대낮 그 많은 짐을 다 옮기고 나니 땀인지, 눈물인지 얼굴 위로 뭐가 주룩주룩 흐르긴 합디다. 허허.”

14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열리는 개관전 ‘월전, 그 격조의 울림’에서는 장 화백의 시기별 주요 작품 60여점과 작품 45점, 고미술 소장품 100여점 등을 볼 수 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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