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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쳇, 소비의 파시즘이야' 문학이 팔려갔다고,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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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쳇, 소비의 파시즘이야' 문학이 팔려갔다고, 쳇

입력
2007.08.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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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지음 · 문이당 발행ㆍ296쪽ㆍ9,800원

작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자이자 올해로 등단 10주년을 맞은 소설가 이상운(48)씨가 연작 소설집을 냈다. 그동안 써온 단편 9편을 여행 전문 프리랜서 기자인 ‘이마립’을 화자로 세워 다시 썼다. ‘잡문 작가’를 자칭하며 팍팍한 현실에 느물느물 대처하는 이마립만큼 허위와 물신성에 침윤된 세태를 풍자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적절히 구현하는 캐릭터도 없을 성싶다. 곳곳에 매복된 작가 특유의 유머까지 더해, 보기 드물게 잘빠진 연작이 나왔다.

표제작은 건강 음료에 ‘젖’이란 이름을 붙여 큰 성공을 거두면서 덩달아 문학계 총아로까지 부상했던 작고 시인 얘기다. 이마립이 생전의 시인과 가졌던 통음을 추억하는 형식의 이 단편은 “달무리 너머에서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이 아니라, 달무리처럼 흐릿하고 어질어질한 별이 되어 버”린, 자본에 포섭된 문학의 현실을 꼬집는다. 소비할 것이 적어지면 미쳐서 난동을 부리게 될 ‘소비 체제의 회로’에서 “소비의 언어를 제공하여 난동의 방어에 일조하고 있”다는 시인의 자조가 음울하다.

일말의 순수마저 자본에 저당 잡힌 존재가 내뱉는 궤변은 계속된다. “존재를 깨갱거리게 하는 시만이 행복을 줄 수 있다”던 오만한 문학청년 ‘손학도’는 기업형 입시학원 운영자로 변신해 “사람들이 원하는 건 유치찬란한 거야. 그게 바로 그들의 행복이야”라고 외친다(<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고물상이던 아버지는 갈대밭이 지천인 변두리 도시에서 “속도의 귀신”처럼 집장사에 몰두하며 아들 이마립에게 집의 철학적 의미를 일러준다. “건축은 정치야.”( <아버지 생각> )

보편성, 필연성보다는 우연성이 삶을 지배한다고 보는 작가의 지론은 이번 연작에서도 계속된다. 작가는 상가에서 이마립과 마주친 조문객의 입을 통해 “인생은 단 한 번뿐인 개별적인 사건들의 무한한 연속”이라고 직설하기도 하고, 학교 운동장에 묻혀있던 유골에 대한 세인의 높은 관심이 “우리가 존재의 알리바이로 삼을 만한 아무런 이야기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렇다”고 에둘러 말하기도 한다(이상 <시체는 어디에 있나> ).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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