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얀 찬다 지음ㆍ유인선 옮김ㆍ모티브북 발행ㆍ576쪽ㆍ2만5,000원
최근 아프가니스탄으로 의료 봉사를 떠났던 샘물교회 선교단이 납치되면서 기독교의 선교활동에 대한 여러 비판과 옹호의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예일대 세계화연구소 출판간행물 디렉터인 나얀 찬다는 6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세계화의 계보를 밝히는 책을 썼다. 그는 무역상, 선교사, 전사, 탐험가를 세계화의 주역으로 꼽았다. 이들은 더 나은 삶과 안전을 찾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외국 땅을 점령하고, 새로운 땅과 항로를 개척했다. 당시의 선교사는 새로운 땅과 항로를 찾는 탐험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세계화의 주체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민자와 관광객이 탐험가를 대신했다. 또 인권과 환경문제에 관한 여론을 조성하고 해결책을 찾는 비정부기구(NGO)와 인권 운동가들이 선교사를 대체했다.
‘황제가 없는 제국’ 미국이 세계 정세를 쥐락펴락하고, 다국적 기업은 이윤을 좇아 전세계를 옮겨 다닌다. 최근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소비자까지 세계화에 가세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화의 본질은 무엇일까? 탐험가가 새로운 교역로를 개척하는 것에서부터 대제국의 영토 확장 야망까지, 결국 세계화는 무수한 열망과 이해가 낳은 산물이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세계화란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날조된 언어”라고 말한다. 수백 년 전 탐험가들이 세계화의 허울 속에 착취를 감행했듯이, 현대에도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화를 이용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럴듯한 포장으로 새로운 형태의 찬탈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세계화에 반대하며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라는 구호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우리는 이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약자를 위한다는 허울 아래 다른 세계, 다른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지.
현장 법사가 645년 인도로 건너가 600권이 넘는 불교 문헌을 가지고 중국 시안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그린 그림. 일본 오사카 후지타 미술관 소장.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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