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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세상/ '88만원 세대' 대한민국 20대, 암울한 그들이 설 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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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세상/ '88만원 세대' 대한민국 20대, 암울한 그들이 설 자리는…

입력
2007.08.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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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ㆍ박권일 지음 / 레디앙미디어 발행ㆍ328쪽ㆍ1만2,000원

유럽의 젊은이들은 16세 무렵부터 섹스를 시작하고 고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동거에 들어간다.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생물학적으로 성적(性的) 에너지가 가장 왕성한 ‘이팔청춘’ 무렵이면 섹스가 가능한 여건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줬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동거문화가 일반화하진 않았지만, 20세 전후부터 독립적인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교육비와 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만일 고교를 졸업한 자녀가 사랑하는 여자와 동거를 하겠다고 선언한다면? 대한민국 부모들은 대부분 놀라 자빠질 것이다.

게다가 부자 부모를 둔 극소수를 제외하곤 독립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히려 외환위기 이후 강자만이 살아 남는 ‘승자독식’ 사회가 되면서 젊은 세대의 경제활동 참여시기는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평균 학력은 높아지고 해외 어학연수와 인턴십 등 취업 준비기간은 길어지는 추세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주택 구매시점 또한 과거 세대보다 몇 배나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연령도 늦어지게 된다.

프랑스에서 공부한 경제학자 우석훈과 월간지 ‘말’ 기자를 지낸 박권일이 함께 쓴 ‘88만원 세대’는 대한민국 20대의 암울한 현실과 세대간 불균형 문제를 집중 조명한 책이다.

지금의 20대는 상위 5%만이 공기업과 대기업, 5급 공무원 같은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이미 800만명을 넘어선 비정규직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현재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119만원. 여기에 20대가 받는 평균적인 급여 비율 74%를 곱하면 88만원이 된다.

이 책은 88만원 세대가 이전 어느 세대보다도 사회 진출이나 성공의 기회를 구조적으로 제약 받는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진단한다. “40대와 50대 남자가 주축이 된 한국 경제의 주도 세력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형국이다.

경제적 활동의 맨 밑바닥에서 생산과 유통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20대가 그에 적합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뒤늦은 독립 세대 경험 부족, 강요된 승자독식 게임으로 인한 획일성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도 암울하기 짝이 없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승자독식 시스템이 확산되고 20대가 뚫고 들어가야 할 정상적인 경제 조직들에 먼저 들어간 전(前) 세대들이 갈수록 진입 장벽을 높이면서 20대는 비정규직이나 다단계 판매조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대안은 무엇일까. “국민경제라는 이름으로 가지고 있는 공동의 재산 중 일부를 지금 20대를 위해 사용해도 좋다는 합의가 필요하다.” 기성세대에게 돌아갈 몫의 일부를 20대에게 돌려 불균형을 시정하고, 전체적으로 더 나은 균형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학자와 기자의 합작품인 탓인지 재미있게 술술 익힌다.

고재학 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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