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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외국인 고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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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외국인 고위직

입력
2007.08.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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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 정독도서관 부근에서 이색 만두집을 가본 적이 있다. 대여섯 평의 비좁은 가게에서는 딱 세 종류의 중국 포자만두만 판다.

특이한 사실은 가게를 하는 40~50대 중국인 여성 2명이 한국말을 전혀 못한다는 점이다. 손님들은 손짓으로 벽에 적힌 메뉴를 주문해야 하지만 장사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한국말도 못하는 중국인 아줌마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장사를 하는 모습에서 글로벌 시대의 위력을 실감한다. 이들처럼 중국에서 주방장을 데려오는 음식점들이 많아지면서 국내 중국요리 수준이 한단계 도약했다는 말도 들린다.

▦ 국제화에는 빛과 어둠의 양면이 존재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그 흐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선택이 있을 뿐이다. 두산그룹은 최근 글로벌화의 성공 사례 하나를 선보였다.

49억달러(4조5,000억원)에 세계 1위 소형 건설중장비 업체인 미국 잉거솔랜드사의 3개 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이다.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이다.

이 거래로 두산은 단숨에 중장비 분야 세계 7위로 올라섰다. OB맥주를 팔면서 시작한 10년 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내수형 기업에서 세계적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을 완결한 의미도 크다.

▦ 두산이 빅딜을 성공시킨 원동력은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과 네트워크였다. 두산은 올 3월 맥킨지 출신인 제임스 비모스키 부회장을 영입,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외국인을 최고경영자(CEO)에 앉힐 만큼 글로벌화에 승부를 걸었다.

비모스키 부회장 외에도 그룹 핵심부에 포진한 맥킨지 출신이 국제적 인맥을 활용해 거래 성사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10여 건의 M&A로 5년 전만 해도 1조원에 불과하던 두산의 시가총액은 20조원을 넘어섰다.

▦ 금융감독원이 홍콩 금융감독국 윌리엄 라이백 부총재를 영입하는 문제로 시끄럽다. 그를 명예직인 자문관으로 할지, 실권이 있는 부원장으로 할지가 논란이다. 먼저 외국인을 고위직에 영입하기로 한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

금융은 글로벌화가 가장 급진전되고, 가장 중요한 분야이기에 그렇다. 그의 해박한 경험이 금융감독 선진화에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세계 금융계가 한국을 보는 눈도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려면 당연히 실권이 있는 자리가 주어져야 한다. "라이백 부총재를 고문으로 영입하는 것은 명검을 어렵게 구해 나물 다듬는 데 쓰려는 집단이기주의"라는 금감원 노조의 지적은 백번 옳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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