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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랜드 사태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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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랜드 사태의 해법

입력
2007.08.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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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이 만만찮은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안정하게라도 이어지던 생존권을 박탈하는 '비정규직 추방법'이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달 이상 노사 충돌로 홍역을 앓고 있는 이랜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노동ㆍ시민단체들은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인 홈에버와 뉴코아가 법의 취지를 망각한 채 1,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약해지 또는 외주화를 통해 내쫓음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법의 맹점을 악용하는 기업들을 일방적으로 나무라기도 어렵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필연적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꿨다고 '자랑'하는 일부 대기업과 금융기관조차 기존 정규직과 직무ㆍ인사 체계를 달리 적용하는 반쪽자리 '중규직'이라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오상흔 홈에버 대표이사도 "현 상황에서 모두 정규직으로 하면 기업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이럴진대, 중소기업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내년부터 종업원 100~300인 사업장, 2009년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비정규직은 소규모 사업장에 더 많다.

중소기업들은 전체 비정규직 548만명(정부 통계)의 약 90%를 고용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50%가 비정규직이다. 이들 기업은 재정 여력이 없어 정규직화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내년 이후 더욱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우선 정부는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사실 이랜드 사태는 법 통과 때부터 이미 예고됐던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에게 '외주화'와 '계약해지'라는 편법을 쓸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업종별 특성과 재정 능력이 판이한 기업들에 정규직화를 강제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기업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둘 게 아니라,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규직화를 유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정규직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에 대해선 일정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법인세ㆍ공적보험료 감면과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기업주들은 고용 관행과 의식을 바꿔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제도에 의지해선 결코 해결되기 어렵다. 비용 문제로만 접근할 일도 아니다. 도요타 창업자 도요타 기이치로(豊田喜一郞)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것이 경영자의 도리"라며 고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여겼다.

HP 듀폰 등 글로벌 기업의 핵심가치도 '직원 존중'이다. 이들 기업은 경영여건이 아무리 어려워도 인위적 고용 조정보다는 업무시간 단축과 급여 삭감 등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근로자들을 내 가족처럼 존중하고 고용 안정을 최우선 할 때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규직 노조도 변해야 한다. 정규직을 늘리기 힘든 구조를 존속시키는 주원인 중 하나는 정규직의 이기주의다. 정규직의 기득권 집착과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비정규직의 증대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대기업 및 공공부문 정규직에 대한 고임금과 장기고용 등 과잉보호 부담은 비정규직 고용조건의 악화와 하청단가 인하로 전가되기 마련이다.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고재학 경제산업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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