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질을 억류중인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과 한국 정부가 대면 협상을 앞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납치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물라 압둘라 잔 부사령관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마숨 샤힘은 9일 연합뉴스와 간접통화에서 “와히둘라 무자다디 의원이 제안한 장소를 대면협상 장소로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대신 유엔이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 대표였던 무자다디 의원은 최근 탈레반에 가즈니 주(州) 가즈니시에 있는 자택이나 자신이 운영하는 종교시설을 대면협상 장소로 제안했다.
한국정부와 탈레반이 그동안 이견을 보였던 대면 협상 장소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가운데 탈레반측의 안전 보장 문제만 남아있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 관계자도 이날 “양측간 의견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해 대면 협상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_파키스탄의 파슈툰족 부족장 회의인 ‘평화 지르가(Peace Jirga)’가 사흘 일정으로 9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개막됐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개막 연설을 통해 “여성을 납치한 탈레반의 행위가 국가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면서 “아프간과 파키스탄이 힘을 합한다면 알 카에다와 탈레반의 위협을 격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인 인질 문제 해결을 촉구하거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번 행사는 친 탈레반 성향의 파키스탄 이슬람 정당 지도자 및 부족대표 등 100여명과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불참하면서 규모가 대폭 축소돼 한국인 인질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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