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발표 이후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자화자찬이 한창이다. ‘평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안팎에서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해찬 전 총리는 9일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주최 회의에 참석, 6월 제주 평화포럼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했음을 재차 강조한 뒤 “당시 회담 정례화와 군비 통제, 연락사무소 개설,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 등을 의제로 제시했다”며 “이 외에도 적극적인 의제를 건의했는데 남북 간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의제와 남북 간 협력 사업이 자신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음을 은근히 부각시킨 것이다. 8일 자신이 북한과 미국을 설득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남ㆍ북ㆍ미 3개국 사이의 메신저’를 자임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상회담 개최 발표 직후 ‘이해찬 특사설’을 강조했던 이화영 의원은 아예 “북한의 북핵 프로세스도 우리가 방문해 제안ㆍ협의했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김혁규 의원도 “3개월 전 방북했을 때 황해도에 경제공동체를 건설하자고 제안했고 북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촉구했던 게 이번 회담 개최의 초석이 됐다”고 자신의 공(功)이 컸음을 강조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 측도 마찬가지다. 캠프 대변인인 김현미 의원은 “이번 정상회담은 2005년 6월 정 전 의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이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방북했을 때 이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약속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빠지지 않았다. 손 전 지사는 “5월 평양 방문 때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적극적인 설득이 주효했다는 해석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 같은 자화자찬에 대해 민주당은 “범우리당 대선주자들이 서로들 한몫했다고 나서는데 이들은 2000년 정상회담에 특검의 칼을 들이대는 데 찬성하고 동조한 사람들”이라며 “사이비 햇볕 전도사들이 정치적 잇속 챙기기에 나서면 2차 정상회담은 대선용이라는 비난과 함께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신당 최성 의원도 “대선주자들이 남북 관계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정치적ㆍ정략적 이용이 아니라 성과 있는 회담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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