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가 지났건만 더위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는 예년에 비해 여름이 길어져 9월까지도 늦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더위에 지쳐 얼른 여름이 가기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비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저 버티기 식으로 여름을 났다가는 자칫 건강을 크게 해칠 수도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건강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보자.
■ 주하병-원기 회복이 관건
흔히 ‘더위를 탄다’고 말하는 질환으로 계절병의 일종이다. 여름철의 더운 기운이 체내에 과도하게 침입해 발생한다. 주하병(注夏病)은 주로 겨울철 양생이 부족하고 체내에 수(水)기운이 잘 보존되지 못해 인체에서 물이 많이 소모되는 여름철에 발병한다.
특별한 이유없이 몸이 늘어지거나 식욕이 없어지고 걷을 때 다리에 힘이 빠지면 주하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주로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고 다리에 힘이 없거나 아프다. 또한 몸에 열이 나고 손발이 뜨거우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밥맛이 없으면서 속이 메스껍기도 하다. 무기력하고 불규칙하게 전신 미열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주하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밤늦게까지 일을 한다거나 놀지 말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또한 자주 물을 마시고 소화가 잘되는 닭고기, 생선류 등의 단백질을 섭취해 원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더위를 잘 타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생맥산차가 도움이 된다.
■ 급성 장염-지사제 복용 금물
더위가 심해지면 급성복통, 설사, 구토를 동반하는 급성장염이 흔히 발생한다. 이러한 급성 장염에는 물을 갈아먹어 생기는 여행자 설사에서부터 바이러스성 장염, 세균성 장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여러 가지 장내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다. 이 경우 설사가 멎을 때까지 우유 등 유제품을 피하고 이온음료 등으로 수분을 공급해주면 며칠 이내에 저절로 낫는다. 단, 소변 양이 줄 정도로 탈수가 심하거나 설사에 점액이나 피가 섞여 나오면 전문가 처방을 받아 약을 먹어야 한다.
설사만 멈추게 하는 지사제는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 설사 중이거나 손에 상처가 난 사람은 음식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상한 냄새가 나거나 곰팡이가 생긴 음식은 미련 없이 버려야 하며 한번 녹인 냉동식품은 다시 냉동하지 않도록 한다.
■ 일광 화상-피부 노화를 촉진
햇빛의 강한 자외선은 잡티와 기미, 주근깨 원인이 될 뿐 아니라 피부 탄력성을 유지하는 콜라겐과 탄력 성분을 위축시켜 잔주름을 만든다. 피부는 여름에 늙는 것이다. 또 많은 땀을 흘리게 되면 피부에는 피로와 각질화가 누적돼 피부 노화를 촉진하는 원인이 되고 무엇보다도 자외선은 피부암의 원인이 된다.
또한 햇빛을 지나치게 쬐면 피부가 붓고 따가우며 심하면 물집이 생긴다. 이는 태양광 속의 자외선 때문에 피부가 화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찬 물수건이나 얼음, 또는 차가운 우유로 피부를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찬물을 거즈 등에 묻혀 화끈거리는 부위에 3분 정도 올려놓아 화기를 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껍질이 일어나면 일부러 벗기지 말고 자연스레 벗겨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 경우 자주 씻거나 마사지를 심하게 하면 오히려 피부에 좋지 않다.
<도움말=압구정 함소아한의원 최혁용 원장,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수영 교수>도움말=압구정>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