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겉멋에 빠진 신진디자이너 컬렉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겉멋에 빠진 신진디자이너 컬렉션

입력
2007.08.10 00:08
0 0

한국패션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디자이너 선발대회 가운데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산업통상진흥원산하 서울패션센터가 주관하는 신진디자이너 컬렉션이 있다. 일정한 심사를 거쳐 신인들에게 합동 패션쇼의 기회를 주는 행사다. 그런데 올 가을부터 이 대회가 상업 케이블방송을 통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SBS드라마플러스와 서울패션센터는 최근 이 대회를 이 달 28일부터 <프레시 패션디자이너 2007> 이라는 제하의 12부작으로 제작, 매주 2,3명씩을 탈락시키며 최종 8명은 10월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2007 가을겨울 신진디자이너 컬렉션’ 본선에 출연시킨다고 발표했다.

서울패션센터의 관계자는 대회 진행방식의 갑작스러운 변경을 “스타 디자이너를 키우자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패션계도 젊고 대중적인 스타가 있어야 관심을 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꼭 옷이 좋다고 디자이너가 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타성이 필요하다. 가수도 노래 실력은 A+ 외모는 B급인 것보다 양쪽 모두 A인 경우가 더 성공하는 것처럼 스타성을 갖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진행방식이 바뀌면 참가자들의 성분도 달라진다. 그동안 이 대회에는 주로 동대문에서 활동하는 신인들이 참가했다. 서울패션센터가 한국 패션산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동대문 상권의 활성화 및 이곳 디자이너들에 대한 지원을 주력 과제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이런 고려는 없어졌고 패션관련 학과 재학생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학생들이 참가하면서 취약할 수 밖에 없는 패턴(옷본) 제작은 외부 전문가가 대신 해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전의 대회가 기본적으로 디자인과 패턴, 봉제 모두 참가자가 직접 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스타성’이 있다면 옷 제작 능력은 없어도 무방하다는 의미인 셈이다.

패션센터측은 “어차피 패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방송을 하는 것이므로 실제 옷을 잘 만드는지 못 만드는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인기 있는 TV프로 형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회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싶다는 열망은 십분 이해한다. 더구나 민선4기 오세훈 시장의 핵심사업 중 하나가 서울을 세계적인 패션도시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 방송만큼 효과적인 매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매력적이고 젊은 패션디자이너 가운데 실력보다 ‘스타성’에 기대 성공한 경우는 없다. 존재 자체가 상품인 연예인과 달리 디자이너는 ‘옷’이라는 상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또 해외 유수의 신인 디자이너 선발대회 중 어디도 디자인 및 패턴, 봉제 어느 하나라도 타인의 손을 빌리도록 허용하는 대회는 없다. 물론 유명 디자이너들도 패턴이나 봉제를 직접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하기에는 사업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제작 능력을 입증해야 할 신인들이 이 관문을 건너뛴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기만이다.

이 대회는 서울 시민들이 낸 세금 1억5,000만원이 투자되는 지자체 행사다. 무엇보다 한국 패션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동력을 발굴한다는 의미가 있다. 겉 멋보다 내실을 기해야 할 행사이고, 어떻게 하면 좋은 인재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육성해서 산업계가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느냐를 고민해야 할 사업이다. 스타 디자이너 배출이라는 명목아래 의미 있는 사업이 전시성 오락행사로 전락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