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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로 국내무대 선 김용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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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로 국내무대 선 김용걸

입력
2007.08.1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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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발레단 중 하나인 파리오페라발레단의 350년 역사에서 동양인 솔리스트는 단 한 명이다.

한국의 발레리노 김용걸(34)이 그 주인공이다. 국립발레단의 간판으로 활약하던 그는 2000년, 이 곳의 계약직 연수단원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국제 콩쿠르 입상 경력에, 주역만 도맡아 하던 김용걸이 발레 학교를 다니는 10대 소년들과 같은 위치에 선 것이다. 5개월 만에 맨 아래 등급의 정단원이 된 그는 바늘 구멍 같은 승급 심사를 두 번이나 통과해 2005년 주역을 할 수 있는 솔리스트가 됐다.

발레단 전체에서 동양인이라고는 군무를 하는 일본인 발레리나와 김용걸, 둘 뿐이다.

8일, 여름 휴가 중인 국립발레단의 연습실은 조용했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더운 연습실에서 김용걸 혼자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25, 26일 부산문예회관에 올려지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을 위해서다. 한국에서 전막 발레 공연을 하는 것은 2005년 4월 <해적> 이후 2년 4개월 만.

그는 “국립발레단에서 많은 작품을 했는데 <백조의 호수> 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그간의 경험을 살려 김용걸만의 지그프리트 왕자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김용걸은 동양인에게 배타적이고 텃세가 심하기로 유명한 프랑스 발레단이 아닌 미국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지인을 만나러 들른 파리에서 접한 연수단원 모집 소식이 항로를 바꿔 놓았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은 그에게 별천지였다. 듣도 보도 못한 레퍼토리와 콩쿠르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엄청난 실력의 무용수들이 즐비했다. 그는 “콩쿠르 입상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고 했다.

각오는 했지만 밑바닥 생활은 쉽지 않았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발레를 빠른 시간 안에 따라 잡으려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고, 부상도 잦았다. “1분이 아쉬운데 한 달씩 쉬려니 미칠 지경이었죠.

사람들은 경력도, 나이도 많은 제가 군무를 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지 않았냐고들 하는데 전 몸이 아파 군무조차 못할 때가 가장 고통스러웠어요.”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주역을 맡았을 때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브 라그라가 안무한 컨템포러리 발레 <시간의 숨결> 에 세계적 발레 스타 마누엘 레그리와 더블 캐스팅된 것.

주역 한 명이 갑작스런 부상으로 하차하자 안무가가 직접 그를 지명했다. “그 순간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어 정말 천천히 무대 위를 굴렀어요. 파리오페라극장 천정에 있는 샤갈의 그림이 그토록 아름답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김용걸은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두 여자의 힘이 컸다고 했다. 한 명은 그가 발레 인생의 모델로 삼고 있는 강수진(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다.

그는 “힘들 때마다 누나도 이랬겠지 하는 생각으로 힘을 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한 명은 10년 열애 끝에 올 초 결혼한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김미애다. 무용계 스타 커플인 이들은 비자 문제로 여전히 한국와 프랑스에 떨어져 살고 있지만, 올해 안에 합칠 예정이다.

“이번 공연 후 프랑스로 돌아가면 신혼집부터 구할 생각이에요. 미애씨가 새로운 무용 인생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겁니다.”

김용걸은 올해 말 또 한 번의 승급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최고의 자리 ‘에투알’ 바로 아래 단계인 ‘프리미에’를 위한 심사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정년은 42세. 하지만 여느 직장과 마찬가지로 한 자리에 계속 머물면 스스로 짐을 싸야 한다.

‘별’이라는 뜻의 에투알이 되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을 따는 것 만큼 어렵다. 김용걸의 목표는 “42세에 에투알로서 멋지게 정년 퇴임하는 것”이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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