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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짝퉁학위' 눈감아 준 잘못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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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짝퉁학위' 눈감아 준 잘못이 더 크다

입력
2007.08.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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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유명인의 학력 위조 파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검찰이 이른바 '신뢰 인프라 교란사범'에 대한 전면 수사에 나섰다. 가짜 학위뿐 아니라 국가공인자격과 국내외 인증 등의 위조 행위가 사회에 범람, 지식기반 사회의 공정한 경쟁과 신뢰의 틀을 위협한다고 보고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한 조치로 평가한다.

검찰이 지적하듯 우연치 않게 각계 인사의 학력 사기가 잇따라 폭로된 것은 그만큼 가짜, 짝퉁이 사회 곳곳에 숨어 있음을 드러냈다.

검찰이 각종 성적과 증명 위조 등 수사대상 유형을 길게 나열한 것을 보면,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은 사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학원 강사들의 거짓학력 단속 등이 마무리되면, 그 실상을 뚜렷하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지식형 가짜'가 판치는 현실을 둘러싼 논란에서 두드러진 것은 실력과 업적보다 권위와 체면 따위를 중시하는 사회 풍토가 근본원인이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학력우선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는 이가 많다.

학위 검증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흔하다. 다 옳은 말로 들린다. 그러나 구체적 사건의 경위를 따져보면, 책임소재를 흐린 채 두루뭉실하게 풍토와 여건을 나무라는 맹점이 드러난다. 자신들의 범죄적 과오를 숨기려는 간교함도 엿보인다.

동국대 신정아 교수와 단국대 김옥랑 교수 사건 등에서 사회가 정작 주목할 것은 황당한 사기행각이 아니다. 그보다 대학과 방송 등 공적 기관들이 허무맹랑한 학력 위조를 애써 눈감아주고, 이를 토대로 더 높은 학위와 지위와 명성을 얻도록 도운 사실이다.

학력우선 풍토는 사회가 함께 개선해야 나갈 과제다. 그러나 교수 채용 등에서 관련 법규를 무시하고 정실에 얽혀 특혜를 주고 받는 행태는 사법적으로 응징해야 마땅한 반사회적 범죄다.

검찰은 숱한 가짜를 일일이 가려내는 일보다, 공적 책임을 저버린 기관과 개인을 문책하는 데 힘써야 옳다. 또 그게 '신뢰 인프라' 구축의 지름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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