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샌드위치 위기론’ 을 내놓고 있다. 기술향상은 제자리 걸음인데, 인건비의 상승으로 기업들이 이중고(苦)를 겪고 있다는 것이 이 담론의 골자다.
진보적 경제학자인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와 전직 월간 말 기자 박권일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개마고원)에서 이 담론의 허구성에 직격탄을 날린다. ‘샌드위치 위기론’은 문제의 본질을 외부의 요소에 전가하는 전형적인 외인론(外因論)으로 기업가들이 정부에 무엇인가를 요구할 때 쓰일 수 있는 정치적 담론이지, 과학적인 경제담론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샌드위치>
지은이는 이 위기론의 논리적 약점을 내포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말한다. ‘중국(기업)과 일본(기업) 사이의 샌드위치’ 라는 명제는 ‘중국’과 ‘일본’을 다른 국가, 혹은 다른 기업으로 바꾼다 해도 언제나 성립된다.
경쟁이 존재하는 한 마이크로소프트사처럼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이 아닌 경우 모든 기업, 모든 생산자는 국외 또는 국외에서 ‘샌드위치’ 구조에 들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담론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되는 ‘ 동어반복적 위기담론’ 이라는 것이다. 또한 샌드위치론은 원인과 현상에 대한 본말이 전도된 담론이다.
기업이나 국가가 혁신을 못해 ‘샌드위치 신세’ 에 처하게 되는 것이지 샌드위치상황 때문에 위기가 온 것은 아니다. 기업 밖에서 기업이 어찌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겨서 위기가 생겼다는 진단은 기업가의 입맛에는 맞겠지만, 이 진단을 따를 경우 오히려 현재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그는 한국기업의 본질적 위기를 기업내부를 들여다보는 ‘조직론’ 을 통해 진단한다. 한국기업의 문제는 대량생산시대에 적합한 군대식 조직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뒤 대안모델을 찾지 못한 데 기인한다.
조직원의 감성적 요소를 강조하는 미국의 구글이나,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조하는 독일의 레버쿠젠 바이에른 같은 기업조직을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불법다단계식 모델(머릿수 채우기식 조직)이나 조폭식 모델(내부비리를 묵과하고 사주에 일방적 충성을 바치는 조직)이 횡행하는 등 ‘조직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IMF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외국자본에 의한 음모론이 횡행하는 등 경제위기에 대한 외인론이 불거졌지만, 위기의 실상은 한국경제에 축적된 내적모순들의 총합이었다” 며 “포스트포디즘 시대에 걸맞는 조직원들의 협동진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모델 형성이 긴요하다” 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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