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평양에서 개최되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정착과 동북아 정세안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지난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 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상황에 마침표를 찍고, 남북경제 시대를 여는 합의를 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다.
그러나 회담성패의 관건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명시적으로 받아낼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다 북측이 그간 보여온 예측 불가한 행태,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에 이루어지는 정상회담의 성격상 향후 실천을 담보하기에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낙관론을 펴긴 이르다.
● 회담의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선 한반도 평화정착과 경제협력이 의제의 두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측의 핵심 요구사항인 평화정착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기초마련이 주 내용이 될 전망. 북핵 문제는 6자 회담 2ㆍ13 합의로 안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비핵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핵 문제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6자 당사국이 2ㆍ13합의에서 규정한 핵 신고ㆍ불능화 시기를 연내로 하자는 입장인 만큼 불능화 이후 단계, 즉 핵 시설 및 핵무기 폐기 시기에 대한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상응조치로서 북측에 경수로 제공 내지 200만KW 전력지원 약속을 재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핵화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의 전환, 북미관계 정상화 등 북측의 체제보장 문제와 연관돼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비핵화 결단을 요구하는 동시에 북미수교에 대한 미국의 의지와 구상을 강조하고 남측의 적극적 중재도 약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 정상은 아울러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전 단계로서 남북불가침과 재래식무기 군축 추진,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등 정치ㆍ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 방안을 주 내용으로 하는 평화선언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보다 확대된 경제협력과 지원을 남측에 요구할 것 같다. 북측은 올 신년사에서도 밝혔듯이 경제건설이 최대 역점 사업인데다 미사일 발사실험 이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남북경제협력에 질적, 양적으로 큰 진전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북측이 요구하는 경제협력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식량ㆍ에너지 문제 해결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남측의 협력일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은 남북경제협력의 구체적 청사진으로 ‘북방경제’를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출범식에서 “남북공조를 통한 북방경제시대가 열리면 우리 경제무대가 유라시아 전체로 뻗어나가고 베트남ㆍ중동 특수와 비교할 수 없는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경의ㆍ동해선을 활용한 북한경제 활성화 플랜을 제시하고, 광범위한 경제개방 결단을 촉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 6자회담 등에 대한 영향
두 정상간에 북핵 등 남북관계 전반의 전향적 합의가 도출될 경우 6자 회담과 북미관계 정상화가 급 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구체화된 비핵화 결단으로 6자 회담에서 연내 불능화가 가시화하면 미측도 테러지원국 지정, 적성국 교역법 등 대북 제재조치를 연내에 풀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해빙분위기는 북미수교 및 남ㆍ북ㆍ미ㆍ중 4자의 한반도 평화체제 협의, 6자 차원의 동북아 다자안보 구상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돼 동북아 정세 안정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관건은 김 위원장을 포함한 북측 수뇌부가 비핵화 및 경제개방 등 자칫 정권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를 결단할 의지를 갖고 회담에 임하느냐가 될 것이다. 동시에 남측의 대폭적인 경제 지원과 양보가 수반될 수 밖에 없는 합의 내용에 대한 국민적 동의여부, 차기 정권의 지속적 이행여부가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6개월 뒤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ㆍ중도 성향의 정치세력이 집권할 경우 대북지원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의 회담 성과는 대개 지속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설사 범 여권이 집권하더라도 정권의 색채 부각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대북 기조를 일부 수정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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