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랍 사태가 교착 상태에서 좀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 간의 직접 협상을 두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탈레반이 내세우는 인질 석방 요구 조건도 오락가락해 종잡을 수 없다.
9일부터 사흘간 카불에서 열리는 원로 부족장 회의도 불참을 선언하는 지역 원로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주최자인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까지 참여하지 않기로 해 반쪽 대회로 전락,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지지부진한 직접대면 협상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7일 “한국 관리와 탈레반 전사들이 첫 대면 장소에 대해 오늘 밤 합의할 것”이라고 한 마라주딘 파탄 가즈니주(州) 주지사의 발언에 대해 “그런 보도는 근거가 없고 잘못 꾸며진 것”이라고 즉각 부인했다.
그는 협상 장소로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이거나 유엔이 탈레반 협상단의 안전을 보장하는 지역 등 2가지 안을 제시했지만 한국측이 아직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의 아마디 대변인은 이날 AFP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협조해 수감된 여성 수감자를 풀어주면 같은 수의 여성 인질을 석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가 다시 이를 부인했다. 이 같은 엇갈린 신호는 여성 인질 처리를 두고 탈레반 내 강온파 간의 갈등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지르가 정통성 도마 위에
인질 사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1회 평화 지르가(Jirga)’도 사실상 반쪽 대회로 전락했다.
이번 지르가는 양국의 부족장, 종교 지도자, 정치인 등이 머리를 맞대고 테러 현안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인질 사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파키스탄 이슬람 정당인 ‘자미아트 울레마_에_이슬람’의 마울라나 파잘우르 레흐만 당수를 비롯해 파키스탄 정치인 다수가 행사 불참을 선언해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탈레반에 우호적인 파키스탄의 와지르스탄의 원로와 부족장들도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행사의 참석 인원은 당초 1,400여명에서 700여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무샤라프 대통령마저도 8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평화 지르가에 샤우카즈 아지즈 총리를 대신 보내겠다는 의사를 전달, 김을 빠지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9일 미국 정부가 무샤라프 대통령의 행사 참석을 종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에서 한국인 인질을 석방해야 한다”는 성명이 나오더라도 기대한 만큼 여론몰이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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