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그간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에 대해 철저히 ‘이중플레이’를 했다. 발표 전날인 7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설은 사실무근이다.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평화체제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처하자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잡아뗐다.
이재정 통일부장관도 21차 장관급 회담 직후인 6월5일 열린 국회 통외통위에서 “국정원장 등을 만난 뒤 노 대통령과 면담했는데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의견을 조율한게 아니냐”는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에게 중간 보고를 하고 전망을 논의한 것”이라고 부인했으며, 추후 각종 정상회담 질문에도 “현 단계에서 추진되는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청와대 당국자들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정상회담과 관련된 정부 논의는 없다. 특히 지금은 북핵 폐기를 위한 6자 활동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8일 정상회담 개최일정을 공개하면서 실제로는 적어도 5월 이후부터 남북장관급 회담을 포함, 각종 라인을 통해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5월 말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측에 제2차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안다”면서 “북측 권호웅 단장은 남측의 제안을 접수하면서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은 긴밀한 보안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남북정상회담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평소 참여정부가 강조해 온 ‘투명한 정상회담 추진’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보안을 유지한 배경에는 남북정상회담 카드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정치적 셈법이 들어있다.
대선을 4개월 여 앞둔 민감한 시점인데다 1차 정상회담때와 달리 뚜렷한 의제도 없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새나갈 경우 야당의 거센 공세로 회담추진에 제동이 걸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실패와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등 여러 가지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와대가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끝까지 비밀에 부치다 확정된 이후 전격 공개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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