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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불의에 민감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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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불의에 민감해지기

입력
2007.08.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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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학위비리사건에 비해 사회정의시민행동의 사무실은 조용했다.

가톨릭 사회정의교리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 지난 달 탄생한 이 시민단체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학위부정을 바로잡기 위해 가짜 학위와 논문 대필 등의 사례를 신고 받는다고 2일 발표했다.

헌데 지금까지 사무국에 공식적으로 들어온 신고는 다섯 손가락을 꼽는다. 휴가철이자 방학이라고 해도 너무 적다. 소속 교수들에게 따로 연락하는 사람들은 몇 더 있지만 정식으로 신고하라면 다들 물러선다고 사무국장인 한학성 경희대 영문학부 교수는 전한다.

그 와중에도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창하씨와 동숭아트센터 대표 김옥랑씨의 학위부정이 다른 경로에서 밝혀졌다. 엉터리 서류로 교수직까지 오른 게 드러난 유명인의 사례가 이 정도라면 논문대필이나 표절까지 포함하는 빙산의 9각은 엄청날 텐데 신고전화는 잠잠하다. 한 교수는 이게 다 지식인사회의 비겁함 때문이고 그게 더 무서운 문제라고 지적한다.

가짜 예일대 학위로 동국대 교수가 된 신정아씨 문제도 진작에 제기됐지만 오랫동안 학교 당국이 묵살을 했다. 그가 광주비엔날레 행사총감독으로 선정되기 전 집행위 이사들이 뽑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 부정 못 본체가 더 무서워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해도 그걸 제기했다간 도리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프로세계의 룰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황당한 사회에서 거대한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 불의와 비리에 민감해서 이 틀을 깨려는 사람은 성격이 까칠한 사람이 되어서 전문가의 영역에서 추방된다. 대학 입학시험문제가 잘못 출제됐다는 것을 지적했던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는 재임용에서 탈락했고 그의 문제 제기는 그가 판사를 석궁으로 쏘고서야 사회에서 주목을 받았다.

사실 무서운 것은 대학내의 카르텔만은 아니다. 교직자를 지원한 논문 대필, 표절, 학위 조작은 학교 밖에서 이뤄져서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여기에 종사하거나 목격한 사람 누구도 거짓을 고발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 사회 전체가 부정보다는 고발을 더 나쁜 것으로 보는 이상한 병에 걸려버렸다. 불법한 방법으로라도 독재에 저항해야 했던 독재시대의 산물일까? 고발이라는 것이 주로 사악한 정부에 저항하는, 올바른 사람들을 일러바치는 도구가 되었던 탓일까?

이제는 그 틀을 깰 때도 되었다. 내 곁에 있는 부정의 고리를 나 혼자만이라도 끊을 준비를 해야 한다. 사소한 부정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가짜 학위자가 학교를 그만 두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누가 그를 임용하고, 비호했는지까지가 다 밝혀져야 한다. 거짓을 감싸는 것이 거짓의 온상이 된다는 것을 온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

■ 언론부터 진실 확인 적극적이어야

무엇보다 언론이 달라져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밝히는 일에 나서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밝히는 일을 ‘진흙탕싸움’이라고 표현하는 것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싸우는 이명박씨와 박근혜씨의 시비는 언론이 앞장 서서 주도했어야 하는데 그 다툼을 비판하는 언론이 있다는 것은 참 기이하다. 양 진영의 폭로전 덕분에 이명박씨와 박근혜씨 누구도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졌지만 그만큼 한나라당의 미래는 밝다.

같은 맥락에서 가짜 학위자를 가려낸 학교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은폐된 상태를 벗어난 것을 다행스레 여기고 무엇이 그 상황을 만들었는지를 밝혀주길 바란다. 아울러 사회정의시민행동의 요청대로 모든 시민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학위부정을 고발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회정의시민행동으로는 전화(02-741-4572) 팩스(02-741-4573) 이메일(casj@hanmail.net)로 연락할 수 있다.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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