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하. 7080세대의 기억 한편에 ‘노래 참 잘하던 가수’로 남아 있는 그가 돌아왔다. 앨범 제목도 <컴백(come back)> . 무려 15년 만의 신곡이다. 컴백(come>
아련한 옛 추억을 더듬으며 CD플레이어를 돌렸다. 헌데 음악이 예상과는 딴판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80년대의 냄새 따윈 없다. 절제된 코드와 단순한 비트, 하우스에 일렉트로닉과 재즈가 불협화음을 이룬 멜로디가 거의 홍대 앞 클럽뮤직이다. 세월을 거꾸로 사는 듯, 도산공원 앞 카페에서 만난 이은하는 여전히 젊게 느껴졌다.
“다른 중년 가수들처럼 안일하게 가는 게 싫었어요. 난 80년대에도 트로트는 안 했죠. 시대를 앞서가고 싶었으니까. 유럽에 가 보니까 나이든 사람들이 트랜스 음악도 하고, 하우스 음악도 하고… 난 여전히 음악에 대한 욕심이 많아요.”
그의 말대로 앨범은 새로운 시도로 꽉 차 있다. 하지만 이은하를 기억하는 40대 이상 팬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것도 같았다. “‘저 나이 먹고 가지가지 주책’이라고 할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어, 옛날 그 이은하가 새로운 음악을 하네? 쟤는 나이 먹고도 저렇게 젊게 사는구나’하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내가 사람들에게 받은 것을 갚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12년의 공백, 이은하는 무얼 하고 살았을까. “92년, 소속사에서 독립하고 만든 첫번째 앨범이 잘 안 됐어요. 거기에 아버지 사업도 어려워지고… 빚 갚으러 한 5년을 일(밤무대)만 하고 산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주변정리가 된 97년, 이번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렸지만 그것도 순탄치 못했다. “드라마 OST도 제작하고, 신인 가수도 준비시키고… 근데 IMF가 터져 버린 거에요.” 이후 일본진출을 노렸지만, 이 역시 음반 발매 직전에 무산됐다. “길거리 공연 등 밑바닥 생활을 해야 되는데 차마 그걸 못했어요. 왕년의 가수왕이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배고 덜 고파서인지….”
이은하는 이번 앨범을 내며 자신의 음악에 ‘R&V(리듬 앤 보이스)’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정통 하우스 리듬에 이은하 특유의 허스키하고 파워풀한 목소리를 얹었다는 뜻. 재즈의 느낌에서 시작해 펑키한 음색이 살아나는 타이틀곡 ‘Come Back’을 들어보면 괜찮은 작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가수가 다시 나올 때는 음악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음반 작업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죠.” 그가 젊게 느껴지는 이유는 음악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음반 발매 직전, 나이 문제가 화제가 됐다. “사실은 62년 생인데 빨리 데뷔하려고 59년 생으로 나이를 올렸죠.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2,3년 전 옛 친구들을 만나면서 ‘이제 내 나이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소문이 나버려서… 친구로 지낸 남궁옥분, 노사연한테 미안하죠. 사실은 나보다 언닌데. 하하하.” 미혼인 이은하에겐 노래가 남편이고, 무대가 가족이다. “앞으로도 라이브 음악만 할 거에요. 나이 들어서 보여줄 건 힘밖에 더 있나요?”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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