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가 후보에서 제외된 것은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해서 아닙니까?” “OOO가 도대체 우리 역사에서 남긴 족적이 있기나 합니까.”
예상대로 여론 반응은 폭발적이다. 한국은행이 고액권 초상 인물 후보 10명을 공개한지 불과 하루밖에 안됐지만 8일 인터넷 공간은 개인적인 호불호(好不好)에 따라 각양각색의 의견이 뒤덮고 있다.
연예인 인기투표를 방불케 한다. “OOO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지만, “OOO는 안 된다”는 네거티브식 접근도 상당수다.
반론에 반론이 꼬리를 물면서 과열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기존 화폐 초상 인물까지 변경해야 한다든지, 이 기회에 비슷한 크기와 색상 때문에 혼란을 주고 있는 신권 1,000원과 1만원권 도안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은이 제시한 10명의 후보에서 제외된 고구려 광개토대왕에 대한 네티즌들의 지지는 가히 열풍 수준이다.
한민족의 진취적 기상을 드높이고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따른 ‘고구려 죽이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광개토대왕이 최적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한은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도 퍼붓고 있다. “네티즌 인기 순위에서 1, 2위를 다투던 광개토대왕이 10명의 후보에 조차 들어가지 못한 것은 보수적인 한국은행이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냐” 는 것이다.
단군, 을지문덕, 연개소문 등 후보군에서 탈락한 다른 인물도 비슷한 이유로 네티즌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개개인과 단체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여론 분열 양상으로까지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광개토대왕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문제라면 백범 김구는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신사임당이 율곡과 모자(母子) 관계라서 안 된다면, 장영실은 세종대왕과 군신(君臣)관계여서 안 된다” 등 개인적 취향에 기댄 공격적 비판이 넘쳐난다.
이번 기회에 현재 화폐의 초상도 함께 바꾸는 방안도 대두되고 있다. 고액권 도입을 계기로 전체 화폐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 지폐의 인물도안이 교체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5,000원권의 율곡 이이와 1,000원권 퇴계 이황 중 1~2명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 경우 문중과 종친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네티즌 일부도 “조선시대 이(李)씨 남성 일색에서 탈피해야 한다” “역사적 기여도에서 정점에 있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의 초상을 고액권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차제에 올 초 발행된 천원권과 만원권 신권의 도안 전체를 다시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색상과 크기가 비슷해 야간에는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한 네티즌은 “어두운 곳에서 돈을 사용할 때마다 천원권과 만원권을 자주 헷갈린다”며 “비용 부담이 적지 않겠지만 이 기회게 이런 불편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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