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 민음사젊음의 굶주림·방황 "내 영혼의 자서전"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가 1962년 8월 9일 85세로 사망했다. 젊은 한 시절 헤세를 읽지 않고 지나가는 영혼은 불행하다. 끊임없이 부딪쳐오는 낯선 세계에 고뇌하는 그들에게 헤세의 소설은 동반자가 된다.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와 1946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유리알 유희> 등 헤세의 모든 소설은 현실과 이상, 순간과 영원,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인간의 자아실현의 추구를 그린 빼어난 교양소설, 성장소설이다. 유리알> 황야의> 싯다르타> 데미안> 수레바퀴>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1930)는 헤세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불린다. 헤세는 수도원 학교 자퇴와 청년기까지의 방황, 경건한 인도학자였던 외조부와 신앙심 깊었던 부모의 영향 등 자신의 체험을 고스란히 담은 이 책을 스스로도 ‘영혼의 자서전’이라 불렀다. 나르치스와>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원서 제목을 그대로 번역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보다는 <지(知)와 사랑> 이라는 제목으로 더 사랑받아온 작품이다. 이 제목처럼 엄격한 금욕생활을 하면서 세계를 통일된 모습으로 파악하는 지성적 인간형 나르치스, 애욕에 방황하며 분열된 세계를 체험하는 감성적 인간형 골드문트. 두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을 통해 헤세는 그 양극성을 영원에의 추구, 초월에의 시선으로 승화시킨다. 지(知)와> 나르치스와>
헤세는 골드문트를 “언제나 세상에 처음 태어난 날의 어린아이처럼, 태초의 인간처럼 살아가는” 방랑자로 묘사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의 한국 소설을 두고 “문제적 개인은 다 어디로 갔나” 하고 한탄한 평론가도 있지만, 자신의 영혼을 입증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헤세의 주인공들은 아름다운 ‘문제적 개인’들이다. 그래서 헤세는 세대를 넘어서 읽힌다. 모든 좋은 소설은 훌륭한 성장소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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