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위 유선통신 업체인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자사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 고객 730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국내 인터넷 가입자(1,400만명)의 절반을 넘는 수치로, 가입자 2명 중 1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본인 동의 없이 멋대로 사용됐다는 의미다. 특히 두 업체는 고객 몰래 가입자들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5,000만건을 자사 위탁업체 등에게 무더기로 유출시켜 충격을 주고 있다.
● 무단 회원 가입 비일비재
8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KT와 하나로텔레콤은 2004년부터 자사 초고속 인터넷 가입 고객 730만명의 개인정보를 이용, 이들을 자사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등의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두 업체는 고객이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즉시 자사 포털사이트 등에 자동 가입되는 내부 전산시스템을 만들었는데도 고객들에게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가입 사실조차 모른 채 ID, 비밀번호가 인터넷 등에 유출돼 물품구매 등 소액결제에 악용된 피해자만 3,000명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파악이 안된 피해자가 이보다 3, 4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또 가입자들이 한글로 사이트를 검색할 경우 자사 포털사이트를 거쳐 조회되도록 시스템(DNS서버)을 구축, 방문기록(트레픽) 조회 수를 높이기도 했다.
● 고객 정보 팔아 넘겨
두 업체는 TVㆍ전화 위탁 판매업체에 고객 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판매하기까지 했다. 특히 하나로텔레콤은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 고객을 연령과 거주지 등으로 분류한 뒤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컴퓨터 바이러스 개발업체 등에 제공했다.
이렇게 판매한 고객 정보는 경찰이 파악한 것만 5,000만건으로, 위탁업체는 이를 토대로 전화영업 등을 통해 모두 1,300억원 상당의 상품을 판 뒤 수익을 통신업체와 나눠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 영문도 모른 채 신용불량자 되기도
통신업체가 고객 몰래 만든 ID와 비밀번호가 유출돼 2중, 3중의 피해를 부른 경우도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유출된 ID를 이용, 다른 사람이 인터넷 게임사이트 등에서 아이템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통신업체들은 ID가 발급된지도 모르는 고객들에게 이용대금을 내라고 요구했다”고 혀를 찼다. 피해자들에게 통보도 하지 않은 채 연체 사실을 신용정보기관에 알려 피해자들이 하룻밤 새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혐의로 KT, 하나로텔레콤 임직원 26명과 5개 위탁업체 관계자 40명 등 6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수 차례 시정조치나 과태료 처분을 했지만 통신업체 간 과다 경쟁으로 불법영업이 계속됐다”며 “통신업체 고위 임원들의 방조 여부와 다른 통신업체들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는 “인터넷 가입자는 고객이 정한 ID와 비밀번호로 자체 사이트 회원으로 자동 등록된다고 이용약관에 명시돼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인정보보호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