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이 경선이 격화하면서 말도 건네지 않을 정도로 냉랭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물론 TV 토론회를 비롯한 공식 행사에서는 친밀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는 등 예의를 차리지만 다른 곳에서는 180도 달라진다. 수개월째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있고, 연설에서도 서슴지 않고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한다.
지난 주말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성향의 블로거들의 모임이 대표적 사례. 참석자들이 46회 생일을 맞은 오바마에게 축가를 불러주자 힐러리도 손을 들어 마치 축가를 지휘하는 듯한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곧바로 연설을 통해 로비자금 수수 의혹을 제기하며 힐러리를 몰아붙였다.
힐러리 역시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핵무기 사용을 대안으로 삼지 않겠다는 오바마의 발언을 “현명치 못했다”고 노골적으로 반박했다. 최근 상원 회의에서도 힐러리와 오바마는 다른 동료 의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오직 둘 사이에만 대화가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의 상원진출 후 친밀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오바마가 대권도전을 시사한 뒤부터 갈라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상원 관계자들은 “오바마가 1월 대선탐사위원회를 구성한 직후 상원에서 힐러리에게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지만 헐리리는 외면하고 지나쳤다”면서 “이때부터 서로를 동료보다는 경쟁자의 관계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민주당 대선후보인 존 에드워즈의 부인 엘리자베스가 3월 말 암 재발 사실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보여줬던 힐러리와 오바마의 모습이 아마도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함께 했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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