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28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핵 문제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온 대북 경제협력을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정권 말기에 이뤄지는데다, 별다른 성과없는 이벤트성 행사로 그칠 경우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남측위원장인 임영록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8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협이 한단계 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 차관은 대북경협 현안으로 “남북한 철도 연결, 개성공단 확대 방안, 북한 지하자원 공동개발, 남한의 원자재 반출을 통한 경공업 사업 확대” 등 이미 진행중인 사업들을 꼽았다. 이들 사업들을 확대시키기 위한 남북 경협 협상은 9월 장관급 회담을 거쳐 10월쯤 본격화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 남북철도 개통
지난 5월 한차례 시범운행에 그쳤던 남북한 철도 연결을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성까지 정기노선이 운행되면 개성공단의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서울-평양간 철도 노선이 열린다면 운송비가 저렴한 철도를 이용해 남북교역 물량을 실어 나르는데도 커다란 이점이 있다. 또 한반도종단철도(TKR)가 러시아횡단철도(TSR)나 중국횡단철도(TCR) 등 대륙철도와 이어질 경우 한반도가 해양과 대륙을 잇는 물류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꿈이 실현되는데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우선 남북간 항구적인 군사보장 조치가 있어야 하는 데, 북측이 쉽게 합의해 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3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는 북한 철로 개선 비용을 조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남북한 전세기 운항 때 서해상으로 나갔다가 북측으로 들어가는 기존 ‘ㄷ’자형 남북직항로 노선이 우리측 요구대로 직선형 노선으로 바뀔지도 관심 사안이다.
■ 지하자원 공동개발
현재 진행중인 북한 단천지역의 검덕(아연), 룡양 및 대흥(이상 마그네사이트) 등 3개 광산에 대한 남북 1차 공동 현지조사를 비롯한 북한 지하자원 공동개발 사업의 진행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11일까지로 예정된 이번 공동조사에서는 3개 광산의 매장량, 품위 등 지질조사와 함께 최근 생산현황, 설비보유 실태 등 광산개발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은 물론 전력과 도로, 철도 등 인프라 여건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검덕광산의 경우 아연 매장량이 2억~3억t으로 동아시아 최대 규모며 룡양 및 대흥 마그네사이트 광산도 매장량이 세계 3위인 약 40억t에 달한다.
■ 개성공단 사업 확대
1단계 사업 마무리 단계인 개성공단사업을 확대하는 남북한 협상도 탄력을 받게 됐다.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은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해 FTA의 혜택을 입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개성 공단사업을 확대하는 데 적지않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 FTA 협정 당시 우리정부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미국측은 난색을 표시했다. 이로인해 양국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해 이 문제를 논의키로 했지만, 입장차이가 워낙 커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개성공단에 입주했거나, 입주를 추진중인 중소기업인들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받기 위한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은 495만㎡규모의 공단과 330만㎡ 규모의 배후도시 건설이라는 2단계 개성공단 사업의 추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북경협추진위 관계자는 “1차 정상회담에 비춰볼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협은 우선 순위가 높은 의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기간에 대북경협에서 큰 성과를 거둘 것을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경협 의제를 찾기보다는 이미 남북한이 논의해온 경협 의제들을 구체적으로 협의해서 액션플랜 등의 성과를 내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가 경협자금 지원액을 대폭 늘리는 등 ‘대북퍼주기’ 행보를 보일 경우 대선국면에서 커다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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