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랑(62) 동숭아트센터 대표 겸 단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 사건이 알려지자 공연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김 대표가 그동안 공연계의 막강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공연계는 문화예술계가 학력 위조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데 당혹해 하면서, 이번 사건이 공연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윤호진 한국뮤지컬협회장 겸 단국대 교수는 “공연계는 현장에서 쌓은 업적과 작품으로 평가를 받는 곳이고, 예술적 성취도가 크다면 학위 없이도 얼마든지 교수가 될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학력검증 시스템이 취약하고, 학력 조회에 철저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러시아나 동구권에서 학위를 땄을 경우 더 검증이 쉽지 않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교수 임용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공연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23세 때 48세의 재력가 남편과 결혼한 김씨는 1984년 꼭두극단 낭랑을 창단하며 공연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89년 대학로에 동숭아트센터, 94년 예술영화 전용관 동숭시네마텍을 만들었고 91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옥랑문화재단을 설립ㆍ운영하면서 옥랑희곡상, 옥랑펠로우십 등을 만들어 예술인 후원과 양성에 힘을 쏟았다.
한 연극평론가는 “과시욕과 명예욕이 강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연계에 많은 기여를 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감정 절제를 잘 못하고, 이름을 알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평판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를 다녔다고 밝혀왔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또 미국 대학인증기관이 학위를 인정하지 않는 퍼시픽웨스턴대 졸업을 토대로 성균관대 대학원에 진학, 2000년 예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 단국대 산업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임용됐으며, 2003년 성균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씨는 지난달 19일 학교에 사표를 제출한 뒤 연락을 끊은 상태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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