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미료업체 불독소스를 적대적으로 인수ㆍ합병(M&A)하려는 미국계 사모펀드 스틸파트너스의 시도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일본 최고법원은 7일 적대적 M&A에 대한 기업의 방어책을 적극적으로 인정한 하급심 판결을 재차 인정, 스틸파트너스의 항고를 기각했다.
최고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특정 주주에 의한 경영지배권 취득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될 경우 주주를 차별적으로 취급한다고 해도 주주평등 원칙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불독소스의) 방어책은 주주총회에서 기업가치의 훼손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현저하게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쿄고법은 항소심 판결에서 “스틸파트너스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 시장을 어지럽히는 매수자이기 때문에 불독소스의 자기 방어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불독소스는 5월 스틸파트너스가 적대적 M&A를 위해 주식공개 매수를 제안하자 6월 주주총회를 통해 이에 대항하는 방어책을 결의했다. 최고법원의 판결은 이 같은 기업의 방어책이 정당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으로, 무분별한 적대적 M&A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불독소스의 방어책이 가동되면 신주인수권 발행권에 의해 스틸파트너스 이외의 주주가 보유하는 주식수가 4배 이상 늘어난다.
새 주식 대신 현금 23억엔을 받게 되는 스틸파트너스는 지분이 10%대에서 2%대로 곤두박질쳐 M&A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스틸파트너스는 8일 주식공개매수의 기간을 연장하는 등 이번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사회는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과 고객 등의 이익도 중시하는 종래의 '일본식 경영'을 존중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경영계획 없이 무조건 ‘집어삼키려고 덤벼드는’적대적 M&A에 대한 일본인들의 거부감을 반영했다는 평가에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번 판결로 지난 1년동안 일본에서 시도된 7건의 적대적 M&A는 모두 실패로 끝났는데, “일본 사회가 국제적 조류인 적대적 M&A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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