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정권 붕괴 이후 탈레반은 인질 납치를 자신들의 명분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은 협상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인질의 운명을 결정했다. 탈레반에 의해 자행된 인질 납치 사태를 토대로 탈레반과의 협상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을 정리해본다.
■ 명분을 줘라
이슬람 원리주의로 무장한 탈레반이 명분을 포기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4월 탈레반은 프랑스 인질에 대한 시한을 연장할 때마다 “프랑스 정부가 대통령 선거로 바쁜 점을 고려했다”고 언급하는 등 어떻게 해서든 명분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탈레반에게 명분을 주면 의외의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 협상은 가능한 길게 끌어라
아프간에서 벌어진 무장세력의 외국인 납치 사례 가운데 협상이 성공한 경우는 납치에서 석방까지 평균 36.4일이 걸렸다. 협상이 한달을 넘기면 대부분 평화적으로 해결됐다.
반면 2005년 협상 도중 인질이 살해됐던 2건의 인도인 납치 사건은 각각 하루, 사흘만에 사건이 종료됐다. 7일로 피랍 20일째를 맞은 한국인 인질 사태는 이런 시각으로 보자면 비극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 미디어를 활용하라
탈레반은 주민들에게는 TV와 신문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고 있지만 지도부는 외신 보도를 꼼꼼히 챙겨 보고 있다. 지난달 독일인 납치 사건 당시 독일 정부가 테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탈레반은 곧바로 독일인 인질 2명을 처형했다고 발표했다.
■ 대면 접촉에 나서라
4월 프랑스 구호요원 2명이 아프간 현지인 3명과 함께 납치됐지만 두달에 걸쳐 전원이 무사히 풀려났다. 탈레반이 프랑스 여성 인질 1명을 먼저 풀어주면서 프랑스 정부에 요구 사항을 담은 편지를 전달하자, 프랑스 정부가 대면 접촉을 포함한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 협상단의 숫자를 최소화하라
협상단의 숫자가 많아지면 탈레반은 이들 가운데 첩자가 끼어 있지 않을까 의심한다. 이는 탈레반이 오랜 전쟁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이다. 탈레반은 협상단의 숫자가 많으면 협상단이 재량권이 많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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