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자실 폐쇄에 이어 ‘취재 지원에 관한 기준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이 기준안 역시 취재를 지원하기보다 언론 보도를 규제하는 일방적인 내용이어서, 언론사로서는 수용할 수 없다.
국정홍보처가 추진 중인 이 기준안은 정부부처가 요청한 비(非)보도나 엠바고(보도유예)를 어긴 언론사에 대해 일정기간 보도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또한 정례 브리핑 참석률이 저조한 언론사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비보도나 엠바고는 원래 일방적인 것이 아니며 취재원과 언론 간의 양해 위에 성립되고 존중돼온 관습이다. 정부 부처가 국익 등 중요한 현안과 관련해 엠바고를 요청할 경우, 기자들 간 협의를 통해 타당성이 인정되면 수용되고 존중돼 왔다.
어기는 기자가 있을 때는 기자단에서 자율적 제재를 해 왔다. 정부가 기자실을 폐쇄한 지금 엠바고마저 일방적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행정편의주의가 언론의 자유, 보도의 자유를 좌지우지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기자실과 관련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지만, 엠바고 문제라도 정부와 언론계가 새롭게 접근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준안은 등록을 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 단위로 점검을 해서, 주 1회 이상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을 때 출입증을 반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강조해온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과도 모순된다.
선진화 방안에서 중시해온 전자브리핑 제도의 취지와 장점대로라면, 기자가 정례 브리핑에 반드시 참석할 필요가 없다. 기자는 사안을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참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가령 뻔한 내용의 브리핑일 경우, 참석하지 않고 보다 중요한 사안을 취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언론계는 정부 주장대로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취재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은 공무원은 제재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 기준안은 이런 기초적 요구들을 무시하고 있다. 정부는 취재 지원 선진화를 빙자하여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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