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발행 예정인 5만원, 10만원권 고액권 초상 인물 후보가 10명으로 압축됐다. 김구, 김정희,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장보고, 장영실, 정약용, 주시경, 한용운 등 한결같이 우리 역사를 빛낸 위인들이다.
한국은행이 여론 수렴을 위해 홈페이지에 게시판을 개설하자마자 불과 4시간 만에 500건이 넘는 의견이 올라오는 등 우리나라 국민들의 화폐 초상 인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한국은행은 각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화폐도안자문위원회가 1차로 초상 인물 후보 20명을 추천한 후 일반 국민 여론조사, 전문가 의견 조사를 거쳐 압축한 후보군 10명을 7일 공개했다. 한은은 늦어도 9월말~10월초까지 초상 인물과 보조 소재를 최종 확정한 뒤 내년부터 지폐 인쇄작업에 들어가 2009년 상반기 중 정식 발행할 계획이다.
백범 김 구는 독립을 위해 초지일관 헌신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10명의 후보 중 가장 대중적인 지지가 높은 편이지만, 일부 사학자들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린다는 점이 부담이다. 도산 안창호, 만해 한용운 등 역시 근ㆍ현대사 인물이라는 점이 강점인 동시에 아직 평가가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실학사상의 거두인 다산 정약용도 폭 넓은 지지를 받는 인물이지만, 이순신(100원) 이 황(1,000원) 이 이(5,000원) 세종대왕(1만원) 등에 이어 또 다시 조선시대 인물이라는 것이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신사임당과 유관순은 여성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신사임당의 경우 현대 여성상에 부합하지 않는 수동적 여성상이라는 반대 여론과 이미 5,000원권 도안에 채택된 율곡 이이의 어머니라는 점이 단점이다. 그 동안 화폐도안을 ‘이(李)씨 남성’이 독식해온 만큼, 고액권 모델 가운데 1명 정도는 여성이 채택될 공산이 크다.
장영실은 과학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점, 장보고는 후보군 중 유일하게 조선 시대 이전 인물(통일신라)이라는 점이 강점이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도 있다. 추사 김정희나 한글학자 주시경도 업적에 비해 국민들 평가는 인색한 편이다.
후보군 10명 외에 게시판 등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인물은 광개토대왕.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움직임을 반영한 추세이지만, 표준 초상을 찾기 어렵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한은이 여러 단계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것도 이처럼 각 인물에 대한 평가가 극명히 엇갈리기 때문. 금융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가장 지지도가 높은 인물이나 참신한 인물이 아니라 가장 반대가 적은 인물을 선정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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