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판타지가 빠진 TV드라마도 드라마일까. 시청자가 TV드라마에 빠지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킹카’와의 사랑을 평범한 외모만으로(?) 이뤄내는 여주인공을 보면서, 혹은 애끊는 주인공의 시한부 인생을 바라보면서 그들과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이런 느낌은 오로지 판타지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지난 주 시즌1이 종영된 케이블 TV 채널 tvN의 16부작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는 이와 같이 드라마 제작자들이 철석같이 따르는 ‘공식’을 완전히 무시한 시도였다. 그냥 동네 슈퍼에서 마주칠 것 같은 외모의 배우들이 벌이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렸다. 당연히 판타지의 요소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그림자도 볼 수 없다. 막돼먹은>
휴먼 다큐멘터리 형식을 드라마에 접목한 <막돼먹은 영애씨> 는 한 소규모 디자인 회사에서 인연을 맺고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렇다 할 스타급 연기자도 없이, 만족할 만한 자본금 없이(제작비가 부족해 방송위원회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았다), 너무나 평범하게 일상을 그린 이 드라마에 시청자 1%가 몰리는 대박이 났다. 막돼먹은>
케이블 TV가 자체 제작한 드라마 중 이 정도 시청률은 보인 경우는 드물다. tvN 관계자는 “마치 6㎜ 카메라로 다큐멘터리를 찍듯 연기자를 따라가는 형식이 참신했고 각각의 캐릭터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잡혀 인기를 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막돼먹은 영애씨> 는 9월부터 시즌 2를 방영한다. 아직 시나리오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다큐 형식으로 생활 스토리를 옮기는 시즌 1과 방식은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극의 활력을 주기 위해 몇 개의 장치가 추가로 마련된다. 막돼먹은>
연출자 정환석 PD는 “영애씨와 연애를 풀어갈 동갑내기 남자 회사 동료가 새롭게 등장한다”며 “연하의 꽃미남과의 연애라는 약간의 판타지마저 벗어던지고 더욱 실제 같은 극을 꾸려가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또 10, 20대 남성 시청자를 흡수하기 위해 영애씨의 남동생 여자친구로 젊은 미녀배우가 투입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시즌 1 마지막에 동거에 들어간 서현 커플이 실제 결혼에 골인할지는 미정이다. 시즌 2는 22일 촬영에 들어가 9월 첫 주 방송이 시작된다.
양홍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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