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국인 인질 문제와 관련해 탈레반에 어떤 보상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합의했다.
“냉혹한 살인자들”이라는 공개 비난도 뒤따랐다.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의 열쇠를 쥔 양국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 사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온 우리로서는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테러와의 전쟁에 목을 매고 있는 양국 정상이니 공식 회담에서 테러집단의 민간인 납치 행위에 대해 양보하지 않는다는 강경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원칙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양국 정상이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인질 문제를 조속히 풀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탈레반이 정상회담 결과에 어떻게 대응하고 나오느냐다.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교환에 대한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끔찍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협박한 그들이다.
당장 무슨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 해도 협상이 장기화하면 인질들의 생명이 위험하기는 매 한 가지다. 다행히도 탈레반측은 정상회담 직후 한국인 여성 인질과 탈레반에 협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 수감자를 맞교환하자는 제의를 했다고 한다. 일단은 긍정적인 신호다.
아프간 당국도 민심수습 차원에서 비교적 혐의가 경미한 여성 수감자를 사면하는 형식으로 풀어준다면 인질 맞교환의 형식을 피하면서 돌파구를 열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정가 주변에서 언급됐던 창의적 해법이 바로 이런 방식일 수도 있겠다.
내일부터 카불에서 열릴 아프간ㆍ파키스탄 부족장 원로회의인 ‘지르가’에서 한국인 인질사태 해결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니 기대가 된다. 이슬람권 국가들에서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런 움직임 이면에는 우리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믿으며 탈레반과의 대면접촉 등을 통해 인질의 조속한 무사귀환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거듭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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